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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고-촛불항쟁과 노동의 시작 ⑥] 가장 잔혹한 차별, 위험의 외주화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장
   
▲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장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우리 사회 정경유착의 밑바닥을 여실히 보여 줬다. 대통령을 비롯한 국정농단 세력, 재벌 총수는 뇌물죄로 특별검사 수사를 받고 있다. 개혁이라는 그럴 법한 이름을 달았던 파견 확대나 성과연봉제 같은 노동의제도 실상은 그 범주 안에서 움직였을 개연성이 크다. 활활 타오른 촛불 덕에 헌법재판소는 탄핵소추안 심리를 시작했다. 거꾸로 선 나라를 제대로 세우자는 논의가 한창이다. 노동자들이 새로운 나라의 모습을 고민해 <매일노동뉴스>에 보내 왔다. 일곱 차례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안전한 대한민국’은 박근혜 정권 공약 중 하나다. 그러나 2012년 구미 불산누출 사고부터 세월호 참사, 판교 붕괴사고, 코오롱 마우나리조트 붕괴, 메르스 사태, 가습기 살균제 참사, 지진에 이르기까지 ‘안전한 대한민국’은커녕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앞에 우리는 자괴감을 느껴야 했다. 매년 2천400여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한다. 이 빈번한 죽음 자체가 심각한 문제지만 여기에 더해 그 죽음조차 불평등한 현실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비정규 노동자들은 고용불안과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릴 뿐 아니라, 생명과 안전조차 불평등한 대접을 받는다. 대표적인 비정규직 직군인 건설노동자들은 매년 아파트 건설현장이나 화학물질 사고로 600여명이 사망한다. 현대중공업에서는 2016년 한 해에만 10명이 넘는 하청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했다. 삼성·LG 같은 재벌 대기업 2·3차 하청에서 불법파견으로 일하다 메탄올 중독으로 6명이 실명하거나 실명 위기에 빠졌다. 주택 난간이나 지붕에 매달려 일하다 추락해 사망한 에어콘 실외기 수리, 케이블·통신 수리 노동자들도 대기업 하청노동자들이다. 이렇듯 주요 30개 대기업 산재사망자의 95%가 하청노동자다. 화물·건설기계·퀵 서비스 등 특수고용직 노동자는 아예 통계조차 없다.

한전에서는 지난 5년 동안 710명의 하청노동자가 사망했다. 2016년 영업이익이 1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한전. 그러나 안전예산은 원청 정규직 1인당 73만원, 하청노동자 공사 1건당 고작 1만7천원이 책정돼 있다. 그리고 결국 우리 국민은 구의역에서 사망한 열아홉 살 김군의 죽음을 통해 어렴풋이 위험의 외주화를 목격할 수 있었다. 하청·파견·특수고용이라는 뒤틀린 고용방식은 재벌대기업과 공기업이 노동력을 착취하는 수단일 뿐 아니라, 생명을 차별하고 위험을 외주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된다.

산재 위험이 작업자 개인의 위험으로 끝나지 않는 다중이용 공공시설 안전 문제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공공시설은 국가가 그 직접적인 책임 주체라는 점에서 어쩌면 문제는 더 심각할 수 있다. 메르스 사태 당시 병원의 하청 비정규 노동자, 인천공항 비정규 노동자들은 최소한의 통보와 보호구조차 지급받지 못했다. 원전 사고 사망자는 100% 하청 비정규 노동자였고 비정규직 방사선 피폭량은 일반인의 14배, 정규직의 10배에 달한다. 비정규 노동자는 지진이 발생했을 때 문자 통보조차 받지 못했다. 경주에서는 지진으로 열차운행이 변경된 통보를 받지 못한 채 선로 보수작업을 하던 하청노동자 2명이 열차에 치여 사망했다.

이러한 공공시설 분야의 외주화는 시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돼 대형 참사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특히 문제다. 이번 국정농단 사태는 노동자·시민의 생명안전 문제와도 무관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감사원 지적에도 메르스 확산처인 삼성병원을 처벌하지 않다가 2016년 12월에야 부랴부랴 처벌 흔적을 남기려 한 사실이 드러났다. 탄핵 사유의 핵심 중 하나인 국민의 생명·안전 보호의무를 방기한 사례는 세월호 참사에 그치지 않는다. 기업의 탐욕으로 노동자와 시민이 죽어 나가는 현실을 보고도 대통령과 국가는 과연 무엇을 했는가.

주권자들은 촛불항쟁을 통해 박근혜 퇴진과 더불어 시대적 과제를 묻고 있다. 시민들이 말하는 정의와 평등은 노동자·시민의 생명과 안전이 존중되는 사회를 말하며, 세월호는 그 상징이다. 오직 이윤을 위해 위험한 업무를 외주 주는 현실, 매년 2천400여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외주화로 수백명의 시민이 죽어도 기업이나 정부 누구 하나 제도로 처벌받지 않는 현실은 바뀌어야 한다. 위험한 업무, 시민 안전과 직결되는 업무부터 외주화 금지를 시작하자. 국회는 노동자·시민의 사망과 직업병에 책임 있는 기업 최고책임자, 정부 책임자가 처벌받도록 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시급히 제정해야 한다. 국회의 책임은 탄핵 가결로 끝나지 않는다. 참담한 현실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정치는 대답해야 한다.

최명선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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