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대노조와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지부장 이해조)가 실적 압박에 시달리다 발생하는 산업재해 사고를 막기 위해 통신업계의 건당 수수료 방식 임금체계를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건당 수수료제도를 운영하는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가 노조 요구를 수용할지 관심이 쏠린다.

노조는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그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K브로드밴드는 설치기사의 추락사고에 대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하청업체에서 근무하는 설치·수리기사들은 높은 곳에 올라 작업하는 경우가 많아 추락사고의 위험이 높다. 케이블을 설치하거나 철거할 때 전신주에 오르거나 난간에 매달리는 작업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전자·통신업계 노동자의 중대재해 사망사고’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이후 15명의 통신·케이블 설치기사가 고소작업 중 추락해 숨졌다. 이들 단체는 잇단 사고의 원인으로 건당 수수료를 꼽았다. 업계 특성상 원청은 하청업체에 실적을 압박하고, 하청업체는 설치기사에게 책임을 지우는 구조다.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는 설치기사들의 작업을 세분화해 포인트로 책정하고 이에 따라 임금을 지급한다. SK의 경우 110포인트(138만원)를 기본급으로 책정하고 있다. 포인트를 더 쌓아야 실적급을 받을 수 있다. 설치기사들은 포인트를 쌓기 위해 악천후에도 무리하게 작업을 한다. 지난 9월 SK브로드밴드 도급기사가 감전돼 전신주에서 떨어져 사망한 사건도 같은 이유다.

SK브로드밴드는 사고 뒤 비가 오거나 눈이 올 경우 작업을 지연해도 하청업체에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부는 건당 수수료 체계를 없애지 않는 한 사고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윤진영 노조 공동운영위원장은 “추락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수수료 체계를 폐지하고 하청업체 기사를 원청이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해조 지부장은 “티브로드는 실적급을 이미 폐지해 고정급을 지급하고 있다”며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도 의지만 있으면 폐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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