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이 29일 서울광장에서 보건의료인력법 제정을 촉구하는 의미의 집단 상징의식을 하고 있다. '돈보다 생명을'이라는 노조의 슬로건을 형상화한 모습이다. 정기훈 기자
▲ 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이 29일 서울역 앞에서 열린 결의대회에서 보건의료인력법 제정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기훈 기자

21일째 파업을 벌이고 있는 보건의료노조 용인병원유지재단지부 조합원들이 서울광장에서 하늘을 손가락으로 쿡쿡 찌르는 율동을 했다. 노래를 따라 몸을 움직이던 조합원들은 "보건인력 업(UP)업"이라는 내용의 후렴구가 반복될 때마다 함박웃음을 지었다. 파업이 길어지면서 쌓였던 피로를 율동과 함께 떨쳐 내려는 듯 움직이 컸다.

이들을 포함해 3천여명의 조합원들은 노조가 보건의료인력지원 특별법 제정안의 국회 통과를 요구하며 29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벌인 플래시몹에 참여했다. 인력 확충을 요구하는 로고송이 울리고, 조합원들도 '춤바람'에 신났다.

이어 유지현 위원장을 비롯한 500여명의 조합원이 초록색 우산을 높이 들었다. '돈보다 생명'이라는 노조 슬로건을 표현했다. 초록색 새싹 앞으로 근무복을 입은 조합원들이 '보건의료인력법 제정'이라고 적힌 대형 플래카드를 들고 섰다. 노란색 우산을 든 조합원 2천여명은 노란색띠를 만들어 새싹 모양의 로고를 에워쌌다. 플래시몹이 절정에 다다를 즈음 노란색우산이 파도타기를 했다. 노조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서 서울광장까지 걷는 ‘유쾌한 백의의 물결 대행진’을 열었다.

20대 국회에 재발의된 보건의료인력지원법

조합원들은 ‘의료인력 UP’이라는 문구가 적힌 하얀색 티셔츠를 입고 서울역광장에 모였다.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보건의료인력지원법 통과를 촉구하는 집회였다. 제정안은 19대 국회에서 김용익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했는데, 상임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하고 회기만료로 폐기됐다.

노조에 따르면 국내 보건의료인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절반 수준이다. 병상당 간호인력은 0.28명으로 OECD 평균인 1.25명에 비해 한참 뒤처져 있다. 미국은 2.39명, 프랑스는 0.8명이다. 노조는 보건의료인력이 부족해 의료서비스 질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자들은 높은 노동강도로 인해 근속연수가 짧고 이직률이 높다. 인력확충은 노조가 올해 산별중앙교섭 핵심 의제로 삼을 만큼 으뜸 현안이다.

제정안은 정부가 보건의료 인력의 원활한 확보를 위해 5년마다 보건의료 인력지원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연도별 시행계획을 만들어 시행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료기관, 보건소 및 보건진료소 등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보건의료 인력기준에 관한 사항을 지키도록 하는 내용을 법안에 담았다.

"부족한 병원인력 문제 정부가 해결해야"

노조는 국회에 제정안 통과를 호소했다. 유지현 위원장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를 거치면서 의료공급체계를 혁신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정부는 틈만 나면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병원노동자들은 부족한 인력 탓에 밥도 못 먹으면서 일한다"며 "과로사하는 경우도 있고 최근에는 전남대병원에서 책임간호사가 자살한 것도 업무하중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유 위원장은 “인력문제를 병원에 맡겨 둘 게 아니라 정부가 주도해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춘숙 의원은 “최근 전남대병원 책임간호사 자살 사건을 보면서 우리가 80년대에 살고 있는 것 아닌지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며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도록 조합원들이 함께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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