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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고-최저임금의 진실] 최저임금을 바라보는 노동과 자본의 시각, 무엇이 옳은가이주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실장
   
▲ 이주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실장

내년 최저임금액을 둘러싼 노동계와 경영계의 힘겨루기가 본격 시작됐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달 28일까지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해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는 올해 6천30원인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경영계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임금상승 속도를 늦추려 한다. 내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최저임금연대가 최저임금의 사회적 의미와 인상 필요성을 주제로 기고를 보내왔다. <매일노동뉴스>가 다섯 차례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여전한 먼지바람과 때 이른 무더위가 뒤엉킨 6월이 밝았다. 매일노동뉴스 독자 대부분의 머릿속에서 6월은 ‘그것’의 시간일 것이다. ‘그것’은 노동시장 법제의 일종이다. 법제란 국가가 강제력을 기반으로 그 실행을 보장하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과정이다. 대부분의 법제는 큰 저항 없이 진행된다. 그런데 ‘그것’에 따라 진행되는 과정 안에는, 특히 매년 6월 말쯤 고조되는 갈등과 충돌이 포함돼 있다. 그런데 이 갈등의 당사자들은 ‘그것’의 모습을 서로 전혀 다르게 설명한다. 마치 “이름은 하나인데 별명은 서너 개”인 동요 속 “곱슬머리 내 동생” 같다. ‘그것’의 정체가 조금은 궁금한가? 풀고 나면 시시하겠지만, 별명들을 들려 줄 테니 이름을 맞춰 보시라. 세 고개 수수께끼가 나간다.

첫째 고개다. 한쪽 편 이들에게 ‘그것’은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적인 품위를 보장하기 위해 체결된 정의로운 사회계약이다. 반대 편 이들에게 ‘그것’은 인간의 자립성과 자연스런 욕망의 실현을 침해하는 국가의 부당한 간섭이다. 전자에게 인간은 혼자서는 완전하지 못하므로 서로 연결되고 협력해야 하는 존재고, 후자에게 인간은 혼자서의 힘과 자기 절제를 통해 무언가를 성취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존재다. 전자 입장에서 ‘그것’은 노동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인 노동력이, 실제 노동을 수행하는 살아 있는 인간으로부터 분리 불가능하다는 근원적인 한계를 보완하는 제도다. 후자 입장에서 ‘그것’은 노동시장에서 최적화된 수요공급 균형을 무시하고 노동력 상품에 담합가격이 매겨지도록 함으로써, 다른 누군가가 정당하게 누려야 할 이익과 기회를 갈취하는 제도다.

둘째 고개다. 한쪽 편 이들에게 ‘그것’은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영양제다. 반대 편 이들에게 ‘그것’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는 향정신성 약물이다. 전자에게 경제정책의 우선 목표는 사회적 연대를 뒷받침하는 지속가능한 경제구조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후자에게는 투입된 자원이 보다 극대화된 이익으로 산출되도록 하는 효율적인 경제구조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경제정책의 하나로서 ‘그것’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노동자들 간 임금소득 격차와 국민소득 내 노동과 자본 간의 소득 격차를 축소시키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전자의 입장에서 이러한 격차감소는 노동력의 질적 향상과 그에 따른 기업의 생산성 향상이 가능해지도록 하는 조건으로 해석된다. 반면, 후자의 입장에서 이러한 변화는 노동자들의 근로의욕을 저하시키고, 그에 따라 기업의 혁신을 지체시키는 조건으로서 이해된다.

셋째 고개다. 한쪽 편 이들에게 ‘그것’이 매년 야기하는 갈등과 충돌은 보편적인 사회적 합의에 이르기 위한 일종의 산통이다. 반대 편 이들에게 그러한 갈등과 충돌은 보잘 것 없는 이익을 둘러싼 실리주의적 다툼이다. 전자에게 ‘그것’은 사회계약에 기반을 둔 국가공동체, 그리고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국민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기본제도로, 포괄적인 정치과정을 통해 숙고되고 결정돼야 한다. 후자에게 ‘그것’은 단지 노동시장의 비합리적 규제이고 기업혁신과 국가경쟁력 강화의 장애물로, 될 수 있는 한 영향력이 축소돼야 하고 가능하다면 제거돼야 한다. 따라서 전자의 입장에서는 ‘그것’과 관련된 정치과정에 이해당사자들뿐만 아니라, 소위 ‘최고’권력자와 ‘최고’경영자의 구체적인 입장과 육성이 실제로 담겨야 한다. 반면 후자의 입장에서는 ‘그것’에 직접 영향받는 약자들끼리의 싸움으로 결정하면 된다.

매일노동뉴스의 독자라면 대부분 처음부터 알고 있었겠지만, ‘그것’은 법정최저임금제도다. 지금까지 서술했듯 이 제도를 바라보는 입장은 첨예하게 갈린다. 나는 전자의 입장이 보다 지혜로운 선택을 하는 데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후자 역시 나름의 합리성과 도덕에 근거한 입장이지만, 이 입장에 근거한 정책선택은 장기적으로 파괴적인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고 판단한다. 최저임금은 국가공동체와 국민경제의 근간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대한 보편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보편성에 입각한 프레임이 필요하다.

이주환  jjn@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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