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은회 기자

19대 국회에서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총 48건의 법안이 발의돼 이 중 5건이 통과된 것으로 집계됐다. 국회를 통과한 법안도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 해법에 접근하기보다는 형식적인 내용에 그치거나 노동현장에서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내용인 것으로 분석됐다.

8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국회와 비정규직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와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비없세)·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공동주최했다.

여야 '비정규직 차별' 관련법 발의했지만…

이날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이지영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는 19대 국회에 발의된 비정규직 관련법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대상 법안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근로기준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등이다.

19대 국회 동안 기간제법 개정안은 19건 발의됐다. 새누리당 6건·더불어민주당 10건·정의당 1건·환노위원장 2건이다. 파견노동을 포함한 간접고용 관련법은 파견법 17건(새누리당 4건·더불어민주당 10건·환노위원장 2건·정부 1건)·근기법 1건(더불어민주당)·노조법 4건(더불어민주당 3건·정의당 1건)이 국회에 제출됐다.

이지영 변호사는 “여야 모두 기간제·단시간노동과 파견노동에 대한 차별을 시정하는 내용의 법안을 공통적으로 발의함으로써 이들이 기간의 정함이 없는 노동과 직접고용 노동에 비해 차별 상태에 놓여 있는 현실을 드러냈다”며 “그러나 국회를 통과한 기간제법 2건과 파견법 3건의 내용을 보면 임금정의를 세목별로 규정하는 형식적인 내용이거나 차별시정 명령 효력확대 방안처럼 노동현장에서 실효성이 떨어지고, 단시간 노동자 초과근로에 대한 50% 임금가산 규정처럼 생색 내는 내용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특수고용직 보호법 1건도 통과 안 돼

특수고용형태근로종사자 관련법은 8건 발의됐다. 산재보험법 5건(새누리당 3건·더불어민주당 1건·정의당 1건)과 근기법 2건(더불어민주당 1건·정의당 1건)·노조법 1건(새누리당)이다. 모두 특수고용노동자가 실질적으로 산재보험을 적용받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한 법안을 제출했다. 산재보험법에 대한 특수고용직 특례적용 조항을 삭제하거나 원칙적으로 산재보험법을 적용하는 내용이다.

외견상 자영업자 형식을 띠는 특수고용노동자 노동자성과 관련해서는 야당이 근기법상 근로자·사용자 개념을 확장하는 법안을, 여당이 노조법상 근로자 개념을 확장하는 법안을 각각 발의했다.

하지만 19대 국회에서 특수고용직 관련법은 단 1건도 통과하지 못했다. 이 변호사는 “19대 국회 기간 동안 기간제·단시간·파견노동·특수고용노동자 같은 비정규직 규모가 늘고 정규직과의 격차 역시 커졌다”며 “결론적으로 19대 국회가 비정규 노동자를 위해 남긴 것이 없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위험의 외주화’가 사회적 재앙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고도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 변호사는 “세월호 참사 이후 생명·안전 관련 업무에 비정규직 사용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이 경쟁적으로 발의됐지만 이마저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며 “오히려 정부·여당은 기간제법·파견법 개악안을 발의해 사용자가 노동자를 짧게 자주 사용한 뒤 버리기 쉽도록, 간접노동을 확대해 사용자의 법적 의무와 책임을 전가하기 쉽게 하는 ‘자본가를 위한’ 법안 통과에 주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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