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 허용업종을 확대하고 비정규직 사용기한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려는 정부·여당과 친정부 경제학자들의 이데올로기 공세가 심화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합의를 명분으로 삼아 이른바 노동개혁 5대 법안 입법을 추진하는 가운데 한국노동경제학회가 입법안을 옹호하고 나섰다.
노동경제학회, 새누리당 5대 입법 지원 토론회 열어
노동경제학회는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대회의실에서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본 노동시장 구조개혁과 일자리 창출'을 주제로 추계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발제자들의 발표내용은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파견근로 규제가 강하고 △파견규제를 완화(업종 확대)하면 일자리가 늘어나며 △비정규직 사용기한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면 비정규직 처우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정부·여당의 주장과 정확히 일치한다.
박철성 한양대 교수(경제금융대학)는 "201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43개국의 파견근로 규제를 조사한 결과 파견 사용이 전면 금지돼 있는 사우디아라비아·터키를 제외하고 우리나라가 가장 규제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4만달러 이상인 OECD 14개국의 규제가 43개국 평균보다 낮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잘사는 나라일수록 파견 업종 규제가 적고, 대신 파견노동자에 대한 처우개선에 집중한다는 것이 박 교수의 주장이다.
파견 확대하면 고용률 오르고 사용기한 늘리면 처우개선?
이정민 서강대 교수(경제학부)는 전체 임금노동자의 1%가 파견노동자라는 통계청 자료와 266개 사업체 설문조사 결과 전체 노동자 0.9%가 파견직이라고 응답한 조사 결과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폈다. 파견규제가 완화되면 고용이 증가한다는 것이 발표의 요지다.
이 교수는 "전체 근로자에서 파견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1%포인트 증가할 경우 0.4%포인트의 일자리 순증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파견직을 확대하면 기간제·사내하도급·정규직 고용은 모두 줄어들지만 파견직 일자리 창출 효과는 크다는 주장이다.
이 교수는 발제문의 한계를 스스로 인정했다. 226개 업체 대상 설문조사를 통해 파견직이 확대될 경우에 대한 응답을 청취한 것이기 때문에 샘플이 적고 응답자의 주관이 개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파견노동자가 전체 임금노동자의 1%에 불과하다는 전제 자체가 잘못돼 이 교수의 발제문이 유의미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성희 서울노동권익센터 소장은 "통계청 부가조사는 파견직을 1%로 보지만 고용노동부 고용형태공시에 따르면 용역·하청·도급·협력·위임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소속외 노동자 비율이 20%나 된다"며 "왜곡된 현실과 통계를 바탕으로 한 어떤 논의도 거짓"이라고 비판했다.
세 번째 발제자인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 교수(HRD대학원)는 기간제 사용기한을 2년으로 제한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이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을 증대시키고 정규직과의 임금격차 확대·정규직 전환율 하락을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실패한 기간제법을 고쳐 비정규직 사용기한을 4년으로 늘리자는 주장이다.
"해법은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토론회 내용 노사정 합의 위배"
금 교수의 발표에 토론자 대부분은 이의를 제기했다. 김훈 한국노동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사용기한을 말하기보다 입구를 제한해 상시지속적 일자리에 비정규직 사용을 제한(사용사유 제한)하는 방법이 아니고선 비정규직 해법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조용만 건국대 교수(법학과)도 김 명예연구위원의 말에 동의했다.
이날 토론회를 참관한 이정식 한국노총 사무처장은 "고용안정을 위해 상시지속 업무는 정규직 직접고용을 원칙으로 해야 하고 이것이 노사정 합의의 가장 기본적 정신이었다"며 "비정규직 사용기한을 늘리자는 금 교수의 주장은 정규직 일자리를 기간제로 전환시키고, 기존 기간제 일자리는 계속 고착화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파견 확대·비정규직 4년 연장' 이데올로기 공세 본격화
노동경제학회 '새누리당 노동법' 지원 토론회 … 발제문 오류 많고 주관 개입돼 신뢰성 논란
- 기자명 제정남
- 입력 2015.11.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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