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영전구 광주공장 철거현장에 투입됐다가 수은중독 진단을 받은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29일 남영전구 김아무개 대표이사와 문아무개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소했다.
이들은 철거공사를 발주한 실질적 원청인 남영전구가 철거현장 내 수은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아 공사에 투입됐던 노동자들이 맹독성 물질인 수은에 고스란히 노출됐고, 이로 인해 수은중독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형법 제268조 ‘업무상 과실 및 중과실 치사상’ 혐의를 주요하게 제기했다. 혐의가 입증되면 5년 이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업무상 과실 및 중과실 치사상' 혐의 제기=남영전구 철거업무를 하도급 받은 ㅅ건설 노동자 김아무개씨 등 3명이 이날 오전 광주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소장에서 “남영전구는 형광등·전구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수은 등 중금속을 사용해 왔고, 수은 등 중금속 사용에 현저한 위험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며 “그럼에도 남영전구는 수은이 그대로 남아 있는 생산시설 지상 1층과 지하 1층의 철거작업을 맡기면서 작업자들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보호 장구조차 지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철거현장 바닥에 수은이 흥건히 고여 있거나 플라스틱 통에 담겨 있었고, 철거 도중 배관에서 흘러나온 어른 주먹만 한 크기의 수은덩어리가 물방울처럼 굴러다녔다”고 주장했다. 이어 “철거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남영전구는) 수은이 남아있던 지하 1층 바닥에 수은과 철거 잔해를 함께 매립했다”며 “철거현장에 끝까지 남아있었던 고소인들과 일용직 노동자들이 매립 현장을 직접 목격했다”고 덧붙였다.<사진 참조>
고소인들을 비롯해 철거현장에 투입됐던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현재 원광대병원·군산의료원·서울 가톨릭성모병원·조선대병원·대한산업보건협회 광주산업보건센터에서 수은중독 증상에 따른 치료를 받고 있다.
한편 고소인 중 2명이 이날 조선대병원에서 수은중독 확정진단을 받고 인근 종합병원에 입원했다. 진단 결과는 충격적이다. 철거공사 종료 시점으로부터 5개월여가 지났지만 이들의 혈중 수은농도는 리터당 14~15마이크로그램에 달했다. 이철갑 조선대 의대 교수(직업환경의학과)는 “정상치보다 4~5배 높은 수치”라며 “수은에 노출된 시점으로부터 시간이 많이 흘렀기 때문에 혈액이나 소변에 남아 있는 수은의 양이 줄어든 상태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환경청, 오늘 남영전구 수은 시료채취=한편 고용노동부 광주고용노동청은 수은 노출 가능성이 있는 남영전구 기존 재직자까지 임시건강진단 범위를 확대했다. 광주노동청 관계자는 “기존에 남영전구에서 시행된 특수건강진단과 작업환경조사 결과를 살펴본 결과, 과거 재직자 중 2명에게서 수은중독 의심증상이 발견됐다”며 “비슷한 시기 근무했던 26명에 대한 임시건강진단명령을 지난 28일 남영전구측에 내렸다”고 밝혔다. 이로써 집단 수은중독 사태와 관련한 임시건강진단 대상자는 47명으로 늘었다. 남영전구 모기업인 송원그룹 홍보팀 관계자는 “해당 노동자들에게 진단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전달했다”며 “결과가 나오면 절차에 따라 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은 관리 소관부처인 환경부는 30일 수은과 철거 잔해 매립 의혹이 제기된 남영전구 지하 1층 바닥에 구멍을 뚫어 시료를 채취한 뒤 성분분석에 들어갈 계획이다. 영산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이달 19·21·26일 현장을 방문해 수은으로 추정되는 물질을 육안으로 확인했고, 남영전구측에 폐기물관리법에 따른 폐기물 처리를 명령했다”며 “추후 시료 분석결과 수은이 최종 확인되면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남영전구를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주환경운동연합 등 지역 환경단체들도 남영전구의 수은 불법 매립 의혹에 대한 검찰 고발을 준비 중이다.
구은회 기자
구태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