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호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내년 총선이 반년 앞으로 다가왔다. 정기국회가 열리기 전인데도 정치권은 벌써 총선 국면에 접어들었다. 청와대는 대통령 참모 가운데 내년 총선에 출마할 사람들의 명단을 발표했다. 새누리당에서는 공천을 하향식으로 할 것이냐 상향식으로 할 것이냐를 둘러싸고 김무성파와 박근혜파의 줄다리기가 숨 가쁘게 전개되고 있다. 야당 또한 문재인 대표 체제 그대로 총선을 치를 것인지 아닌지를 둘러싸고 친노파와 비노파 사이에 줄다리기가 팽팽하다.

진보세력 안에서도 움직임이 활발하다. 민중민주파는 지금 정의당을 중심으로 범정파적인 통합을 모색하고 있다. 민족자주파 또는 옛 통합진보당 세력도 총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고, 정당을 창당할 것인지 아닌지만 고민하고 있다.

새누리당을 제외하고 야권의 움직임에는 자유주의든 진보든 하나같이 변화하는 정세가 반영돼 있지 않다. 이들의 정치적 행보는 장기 지속되고 있는 세계경제 대공황이라는 정세에 조응하지 못하고 있다.

시야를 넓혀 글로벌하게 살펴보면 자본주의 나라들의 정치지형은 빠르게 양극화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 극우세력이 약진해 온 것은 익히 아는 바다. 프랑스의 국민전선, 영국의 독립당, 그리스의 황금새벽당 등이 그러한 경우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이에 대응해 좌파 안에서도 급진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물론 그전에도 그리스의 좌파연합당 시리자라든지 이것을 본받은 스페인의 포데모스 같은 경우가 있었다. 이들은 재정위기를 겪는 나라에서 나타난 예외적인 현상으로 간주됐다.

그런 가운데 최근 미국과 영국에서 주목할 움직임들이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샌더스 열풍이 불고 있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사회주의자인 무소속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가 출마해 유력한 후보자 힐러리 클린턴과 경합하고 있다. 미국 청년들이 그를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 물론 그는 사회주의자가 아니고 사회민주주의자다. 미국에서는 사회민주주의를 사회주의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자유주의자(Liberalist) 정당인 민주당에서 사회민주주의자(Social-Democrat)가 유력한 대선후보로 떠오른 것만도 이변이고 큰 급진화다.

영국에서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토니 블레어가 당수가 되고 난 이후 영국 노동당은 신노동당을 표방하면서 이른바 제3의 길을 걸어왔다. 그것은 실은 케인스주의와 사회민주주의를 포기하고 대처리즘과 신자유주의에 굴종하는 것, 좌파가 아닌 중도파가 되는 것을 의미했다. 영국 노동당의 이러한 정체성이 영원할 줄 알았는데, 최근 제레미 코빈이라는 원칙주의자가 블레어의 강력한 반대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당수가 됐다. 그는 NATO 탈퇴와 산업의 광범한 국영화를 지지한다. 영국 노동당의 이런 변화는 유럽 정치지형의 변화 움직임을 알리는 전조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 진보정치는 어떤가. 심상정 의원이 정의당 대표가 되면서 왼쪽으로 더 나아갔는가. 지금 정의당을 중심으로 통합을 모색하고 있는 세력들은 급진화를 추구하고 있는가. 좌파 중의 좌파를 표방하던 부분에서는 어째서 우파의 대명사인 ‘국민’이라는 단어를 자기 이름으로 쓰고 있는가. 노동당에서 이탈한 진보결집+와 노동정치연대는 또 어떤가. 모두 국회에 진출하기 위해 종래보다 더 우경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런 식의 진보혁신은 사회와 역사 전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의 진보정치는 경제대공황을 맞이해 삶의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는 노동계급의 처지를 생각해서라도 주장과 행동에서 더 급진적이고 더 변혁적으로 나가야 한다. 재벌 해체와 대기업 국유화, 대학 무상교육과 주택의 탈상품화, 비정규직 철폐와 완전고용 보장을 주장해야 한다. 국가보안법 철폐와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파쇼 폭압기구 폐기를 주장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받는 영세 자영업자들의 입장도 고려해 최저임금 인상은 단계적으로 천천히 이뤄져야 한다”는 이야기나 하는 진보정당은 지금의 노동계급에게 전혀 필요하지 않다.

통합진보당 활동을 해 왔던 부분에서도 분명한 변화가 있어야 한다. 강령에서 사회주의를 빼 버리고 자유주의자와 무원칙하게 통합함으로써 노동대중의 가슴에 커다란 상처를 입힌 데 대해 진정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 그런 반성을 기초로 노동계급의 통일과 단결에 헌신하고 복무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런 뼈아픈 성찰과 변화 없이 또다시 정파 당을 만들어 각개약진 한다면 실패할 것임은 물론이고 노동자·민중의 전진에 걸림돌이 되고 말 것이다.

자본은 위기에 처해 더 착취적이고 폭압적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런 움직임에 조응해 정치권에서도 보수우파가 결집하고 있고 극우파가 목청을 높이고 있다. 이런 동향은 세계적인 동시에 한국적이다. 이런 정세에 처해 노동계급 정치는 마땅히 더 크게 결집해야 하고 더 과감한 요구와 투쟁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의 노동정치와 진보정치는 대오각성을 해야 한다. 지금은 국회의원 의석 몇 개를 얻는 것이 정치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 의회주의의 포로가 되지 말고 계급과 변혁에 복무하는 정치를 할 때다.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seung742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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