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이달 10일을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협상 합의시한으로 못 박으며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정부 예산편성 시한인) 10일까지 합의하지 않으면 내년 사회안전망 예산을 낮은 수준으로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사정 협상이 결렬되면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발표한 실업급여액(구직급여액) 인상(평균임금 50%→60%)과 지급기간 30일 연장 방안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자 노동계와 정치권은 “무식하거나, 죄의식 없이 쏟아 내는 정치적 허언에 불과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런 반응이 나오는 이유는 두 가지다. 정부 발표대로 실업급여액과 지급기간을 늘리려면 연간 1조4천억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 그런데 정부는 이 돈을 어떻게 마련할 계획인지 밝힌 적이 없다.

정부가 돈을 내놓지 않는다면 남은 방법은 한 가지다. 고용보험요율을 높이는 것이다. 현재 고용보험요율은 노동자 임금의 1.3%다. 노동자(0.65%)와 사용자(0.65%)가 절반씩 부담한다.

지금보다 보험료율을 높이려면 노사정으로 구성된 고용보험위원회에서 이를 심의하고 의결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노동자의 임금·고용조건을 저하하는 임금피크제 도입과 일반해고 요건 완화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보험료율 인상 협상이 원만하게 이뤄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노동계 관계자는 "결국 정부가 내놓은 실업급여 관련 대책은 '노동자들의 임금을 낮추고 해고를 늘리는 동시에 고용보험료를 올리겠다'는 것에 불과하다"며 "그런 상황에서 어이없게도 노사정 협상이 결렬되면 없던 일로 하겠다며 고용보험 가입자인 노동자를 몰아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일반회계를 활용하거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할 수도 있지만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정부는 2001년부터 고용보험 실업급여계정에서 출산전·후휴가나 육아휴직 등에 소요되는 모성보호사업 재원을 충당해 왔다. 정부 일반회계나 국민건강보험에서 부담해야 할 돈이 고용보험기금에서 뭉텅이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무려 14년째 이런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노동자와 사용자가 대신했다는 뜻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한정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현재 고용보험법에 명시된 법정적립금조차 채우지 못할 만큼 실업급여계정의 재정건전성이 악화된 상태"라며 "정부는 보험료 납부자인 노동자를 향한 유치한 협박을 중단하고 고용보험 재정안정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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