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임금피크제가 노사정 대화의 복병으로 떠올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비롯한 일부 공공기관들이 이달 말까지 임금피크제 도입을 완료하기로 하면서 공공부문 노동계가 들끓고 있다. 한국노총은 임금피크제 강제도입 중단을 정부에 촉구하면서 "이러한 조치가 선행돼야 노사정 협상을 개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27일 정부와 노동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각 공공기관에 과반수 노조가 있을 경우 노조의 동의를 얻되 그렇지 않은 경우 노동자 개별동의를 받아 임금피크제를 추진하라고 지침을 내렸다.

실제 최근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다수 기관이 노동자 개별동의를 받아 추진했다. 별정우체국연금관리단·한국벤처투자·한국투자공사는 노조가 없고 남부발전은 복수노조 사업장이지만 과반수 노조가 없다.

LH는 28일 이사회를 열고 임금피크제 도입을 결정한다. LH에는 두 개의 노조가 있는데, 과반수 노조가 없다. LH는 이달 20일부터 노동자 개별동의를 받고 있다.

공공기관들이 임금피크제 도입을 서두르는 것은 경영평가 때문이다. 기재부는 이달 중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을 완료하는 기관에 경영평가 1점을 가산해 주기로 했다. 공공부문 노동계 관계자는 “1점의 가점은 경영평가 등급을 바꿀 정도로 큰 점수인 데다, 등급이 한 단계 떨어질 경우 기관장 연임 여부나 조합원 성과급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공공기관들이 임금피크제 도입을 서두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공공부문 노동계는 26일 준정부기관노조에 이어 이날 공기업1군노조 대표자회의를 열었다. 이들 노조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서 임금피크제 논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개별합의를 하지 않겠다”고 결의했다.

그러나 노사정위 논의가 늦춰지고 있고, 기재부 압박이 거세 개별합의를 거부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노총은 기재부와 고용노동부·노사정위에 각각 공문을 보내 임금피크제 강제도입 중단을 촉구했다. 김동만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과 노사정대표자회간담회에서 “노조의 동의 없이 개별노동자의 손목을 비틀어 일방강행을 추진하고 있는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도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이러한 것들이 정리돼야 노사정위 협상을 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인상 공공연맹 위원장은 "정부는 노사정 간 원활한 대화 분위기를 조성할 책임이 있다"며 "이달 말까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경영평가에서 불이익을 주겠다는 방침을 전면 유보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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