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노동계 목소리에는 귀를 닫고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를 통한 노동시장 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5월19일 세월호 관련 담화 이후 1년2개월 만인 6일 오전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노동계에 노사정위 복귀를 종용했다. 지난 4월 노사정 합의 실패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7일부터 업무에 복귀한다.

의제변경이나 대화틀 변경을 전제조건으로 내건 노동계 요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청와대가 노동시장 개혁에 강공 드라이브를 걸면서 노사정 대화 복원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드는 분위기다.

재벌개혁 없는 노동개혁 주문

박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노동·공공·교육·금융 등 4대 부문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중에서도 노동개혁에 대한 내용이 200자 원고지 45매 분량의 담화문 중 13매로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첫 번째 과제로 노동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노동개혁은 일자리(창출)”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노와 사의 대승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밝혔지만 실질적인 내용은 노동계 양보를 촉구하는 데 할애했다. 최근 롯데그룹 경영권 다툼으로 촉발된 재벌개혁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이 없었다.

공공부문 노동계의 반발에도 연내에 전체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공공기관을 통폐합하겠다는 계획도 재확인했다.

박 대통령은 또 “임금을 조금씩 양보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청년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특히 “일단 좋은 일자리에 취업하면 일을 잘하든 못하든 고용이 보장되고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으로 올라가는 시스템으로는 기업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이 임금피크제 확산을 위한 취업규칙 지침과 일반해고 요건 가이드라인 제정을 철회해야 노사정 대화에 복귀한다고 밝혔는데도 이를 철저히 외면한 것이다.

노동계 요구 모르쇠하고 “대화 재개”만 반복

노동계가 국회 차원의 사회적 대타협기구 설립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서도 박 대통령은 "조속한 노사정 협상 재개"만 반복했다. 박 대통령은 “한국노총을 비롯한 노사단체들이 노동시장 개혁을 놓고 여러 갈등을 겪고 있다”며 “중단된 노사정 논의를 조속히 재개하고 노사가 한 발씩 양보해 대타협을 도출해 달라”고 말했다.

때마침 4월 노사정 협상 결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의사를 밝혔던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이 7일부터 업무를 재개한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언론사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대통령께서 담화 발표 후 저에게 복귀를 요청하셔서 내일부터 집무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노사정 대화 재개를 위해 의제를 바꾸거나, 국회에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설치해 달라는 노동계 요구가 보기 좋게 묵살당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와 함께 실업급여를 현재 평균임금 50%에서 60%로 상향하고, 지급기간을 90~240일에서 30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박근혜 정부는 이날 대통령 담화를 통해 “노동유연화를 위해 노동계가 양보하라”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밝혔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우리가 노사정 대화 복원과 관련해 두 가지 숙제를 정부에 내줬는데 오늘 대통령은 아무것도 해 오지 않았다”며 “정부가 숙제를 하지 않는 이상 노사정 대화는 요원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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