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가 멀다 하고 메가톤급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안녕하세요"라는 인사가 어색하지 않은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메르스가 창궐하고, 3일에는 멀쩡하던 전교조가 잠정적이기는 하지만 또다시 법외노조가 되고 말았다. 여기에 정부는 국회법(제98조의2제3항)을 두고 삼권분립에 반한다는 주장까지 쏟아 내고 있다. 그야말로 ‘진짜’를 알기 어려운 요즘이다.
헌법(제75조)은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해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에 관해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고 분명히 정하고 있다. 효율적인 행정집행을 위해서는 행정입법이 필요하다. 다만 그 범위와 대상은 법률이 위임한 범위 내여야 한다는 게 우리 헌법 정신이다. 더 무슨 설명이 필요한가.
정부는 "국회법(제98조의2제3항)이 정부 일에 국회가 사사건건 간섭하는 빌미를 제공한다"며 "의회독재가 될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솔직히 이에 동의할 자가 몇이나 될까. 현실에서 작동하기도 쉽지 않다. 이 법은 ‘상임위원회’가 ‘소관 행정기관장’에게 ‘수정·변경’을 요구하도록 정하고 있다. 결국 ‘수정·변경’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상임위에서 여야가 합의해야 한다. 과연 정부가 반대하는 내용의 합의가 가능이나 하겠나.
차라리 우리나라에도 의회독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다. 국가운영에 있어 행정부가 절대적이고, 그렇게 믿어 왔지만 노동자와 시민들의 삶은 나아진 게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의회가 중심에 설 때가 온 것이다.
이번 기회에 행정부는 스스로 ‘준법’을 해 왔는지 겸허히 돌아봐야 한다. 특히 노동관계 제도에서 행정부의 위법행위는 셀 수조차 없을 정도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시행령 제9조2항은 노조법에서 위임하지 않은 내용이다. 시행령은 “노동조합이 설립신고증을 교부받은 후 법 제12조3항1호에 해당하는 설립신고서 반려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행정관청은 30일의 기간을 정해 시정을 요구하고 그 기간 내에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당해 노동조합에 대해 이 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시행령에 따라 전교조가 법외노조로 전락했다.
노동조합 여부에 대한 1차적 심사를 행정관청이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헌법과 법률에서 보장하고 있는 단결권의 핵심 결과물인 노동조합의 존폐를 어찌 행정관청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겠는가. 마땅히 우선적으로 사법심사를 거쳐야 한다. 위 시행령 때문에 1987년 폐지된 노동조합 강제 해산명령 제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에 관해 행정부가 내놓은 행정입법들도 노조법을 크게 벗어났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매뉴얼 정치'다. 타임오프가 전임자 제도에 불과함에도 이를 계기로 정부는 매뉴얼을 만들어 노조의 자율적이고 민주적 운영에 개입했다. 노동현장 황폐화의 배경에 노동부 매뉴얼이 자리 잡고 있다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다.
지금도 비슷한 행태가 계속되고 있다. ‘임금피크제’를 핑계로 한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관한 행정해석이 바로 그것이다. 정부는 곧 “노동조합 등의 동의를 받지 않고도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할 수 있다”는 행정해석을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법에도 없는, 법원에서도 거의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이라는, 일반 노동자는 거의 알지도 못하는 생소한 ‘말’을 노동현장에서 적용하겠다는 얘기다.
타임오프 매뉴얼에서 경험했듯이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관한 행정해석이 노동현장에서 운영되면 취업규칙이 단체협약에 우선하게 된다. 그 자체로 법 위반이다. 결과적으로 노동조합이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하는 지경에 이를 것이다.
의회가 거의 처음으로 정부를 견제하는 입법을 했다. 소위 삼권분립·의회독재 같은 논의가 이참에 활발하게 전개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아울러 의회의 반성과 적극적인 법 이행을 촉구한다. “너무나 게으르고 노동법에 무능한 의회가 행정부의 위법을 조장했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의회는 노조법 시행령 제9조2항과 같은 법 위반에 대해서는 즉시 시정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노동권의 중핵적인 부분은 입법으로 담아야 한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