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관을 포함한 공공기관들이 장애인 고용을 외면하면서 국민 혈세가 줄줄 새고 있다. 관련법이 정한 장애인 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고용부담금을 국가예산에서 지출하는 바람에 국민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30일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상 장애인 의무고용 목표치에서 실적이 떨어지는 국가·자치단체와 공공기관, 민간기업 1천683곳의 명단을 공표했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장애인 의무고용률은 3.0% 또는 2.5%다. 정부·공공기관은 1.8% 미만, 기타공공기관·민간기업은 1.3% 미만을 고용한 곳이 공개 대상이다. 노동부는 공표대상임에도 9월까지 장애인을 신규채용했거나 절차가 진행 중인 곳은 제외했다.

민간기업의 경우 1천670곳 중 149곳이 1천인 이상 대기업이었다. 30대 기업집단 중에서는 포스코·GS·동부·한진·KT·CJ 등 24곳이나 포함됐다.

국가·자치단체는 국회와 경기·충남·인천·서울·세종·부산·대구 등 7개 교육청이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않았다. 공공기관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국립박물관문화재단·기초과학연구원·한국국방연구원·한국원자력의학원 등 5곳이 이름을 올렸다.

정부기관이나 공공기관은 민간기업에 비해 비중이 현저히 떨어진다. 하지만 민간기업에 모범을 보여야 할 정부·공공기관으로서의 책임감뿐 아니라 의무고용률을 달성하지 못해 내야 하는 고용부담금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의무고용 인원을 밑도는 기관이나 기업들은 미달인원 한 명당 최소 67만원의 부담금을 내게 돼 있다. 정부기관이나 공공기관이 내는 부담금이 정부예산에서 지출된다는 점에서 혈세 낭비로 볼 수 있다.

한정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114개 공공기관이 의무고용 인원에 미달해 66억원의 부담금을 납부했다. 정부부처의 경우 국방부가 1억3천176만원을 납부하는 등 10개 부처·청에서 4억7천만원의 예산이 사용됐다. 무려 70억원의 국민 혈세가 낭비된 것이다.

한정애 의원은 “정부와 공공기관이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 고용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도 비판받을 일인데, 부담금마저 국민의 세금으로 낸다는 것은 결국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내년 예산심의에 이런 부분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정부나 공공기관이 민간기업에 비해 장애인 고용률이 높지만 국민 세금으로 부담금을 집행한다는 비판은 타당하다고 본다”며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장애인고용 실적도 주요 지표가 되는 만큼 해당 기관이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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