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저녁 경찰이 서울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농성을 벌이는 유가족들의 농성장을 봉쇄, 차단하고 있다. 윤성희 기자

세월호 참사 유가족 김영오씨가 40일간의 단식농성 끝에 지난 22일 병원에 실려 갔다. 김씨는 의료진의 만류에도 “제대로 된 특별법을 제정해 (안산에 돌아가) 사랑하는 가족들과 같이 밥을 먹고 싶다”며 단식을 계속하고 있다.

김씨의 건강을 우려하는 시민 2만여명이 주말 동안 동조단식에 동참했다.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로 진퇴양난에 빠진 세월호 특별법 국면에서 각계각층이 여론을 압박하는 형국이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는 주말 내내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무기한 철야농성을 벌이며 박근혜 대통령 면담을 촉구했다. 현재 가족대책위가 농성을 벌이고 있는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은 경찰 차벽으로 지지방문을 온 시민들의 접근이 제한된 상태다.

◇“박근혜 대통령이 결단하라”=가족대책위를 비롯한 노동·시민단체는 세월호 특별법이 원내대표 간 졸속합의로 난항을 겪자 박 대통령을 겨냥했다. 가족대책위는 24일 오후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가족의) 농성을 하루속히 종결할 수 있도록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가족대책위는 “세월호 참사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 안전한 사회를 건설하자는 유가족의 요구가 왜 받아들여지지 않는지 알 수가 없다”며 “진상규명에 대한 두려움이 없고, 대통령이 국민을 생각한다면 (특별법 제정을) 결단해 달라”고 요구했다.

가족대책위가 박 대통령의 결단 없이 유가족 의견이 반영된 세월호 특별법의 국회 통과가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가족대책위는 지난 23일 ‘박근혜 대통령께 보내는 유가족 면담 요청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는 같은날 광화문광장에서 범국민대회를 진행한 후 청운효자동주민센터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양한웅 국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은 “집권여당 국회의원들조차 대통령에게 유가족을 직접 만나 보라고 건의하고 있다”며 “추석 전에 대통령과 정치인이 나서 특별법을 제정하지 않으면 국민이 전국 곳곳에서 들고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야당 3자 협의체 제안, 박원순·문재인 대통령 결단 촉구=유가족이 배제된 특별법 합의로 벼랑 끝에 몰린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24일 새누리당에 여·야·유가족 3자 협의체를 제안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소속 시·도지사와의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진상규명이 가능한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요구하는 유민 아빠의 목숨 건 단식이 병원에서 계속되는 이 상황을 안타깝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이젠 유족 대표와 여야 대표가 마주앉는 3자 대화가 필요한 상황이라 여당이 3자협의체 구성방안을 받아들여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문재인 의원도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문 의원은 광화문광장에서 6일째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박 시장은 “(단식 중인) 유민 아빠가 생명이 위독한 상황이라 만약 불행한 일이 다시 일어난다면 정부·여당, 특히 청와대의 책임은 더할 나위 없이 크다”며 “청와대와 여당이 모든 것을 열어 두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 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 시장은 “청와대와 정부 여당의 결단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덧붙였다.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은 23일 국회의원 연찬회 자유토론에서 “저는 대통령께서도 유가족을 만나야 하고, 김영오씨의 병실도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기성세대의 잘못으로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고, 정부·여당에 더 큰 잘못과 책임이 있는 만큼 그 이상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새누리당은 3자 협의체 제안에 대해 거부 입장을 밝혔다. 윤영석 원내대변인은 "3자 협의체를 통해 입법을 하자는 것은 대의민주주의와 의회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윤성희·구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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