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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기획-불안정 늪에 빠진 청소년 노동] “무엇을 배웠냐고요? 최저임금만 지켜도 '괜찮은 일자리'라고 말합니다”청소년 10명 중 3명 아르바이트 … 임금 떼이고 초과·야간근로, 노동법 사각지대 방치
윤성희  |  miyu@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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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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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너 학교 안 다녀? 그럼 12시간 일할 수 있겠네? 시간당 5천원으로 하자. 어디서 애들한테 여기만큼 돈 주는 데 없어.”

2년 전 일했던 고깃집 사장이 했던 그 말을 박재영(19·가명)씨는 아직도 기억한다.

“첫 직장이었거든요. 그때 매일 12시간씩 서빙부터 청소까지 도맡아 했는데도 월 120만원 받았어요. 그땐 '이렇게 힘들게 일해서 고작 이거 받는데 무슨 소리야' 그랬는데, 지금까지 정말 그 이상을 받아 본 적이 없네요.”

청소년 노동, 노동시장 최하층에 자리 잡아

10대 청소년의 노동은 드문 일이 아니다. 2011년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자인 만 15~18세 청소년 2천842명 중 827명(29.1%)이 아르바이트를 경험했다. 이 중 학교 밖 청소년(142명)의 경우 62%가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답해 재학 청소년(27.4%)의 두 배를 웃돌았다.

하지만 청소년 노동은 나이에 따른 위계질서와 불확실한 사회적 지위 탓에 노동시장의 최하층에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노동부의 청소년 고용사업장 감독 결과에 따르면 감독대상 946곳 중 85.6%에 달하는 사업장에서 임금체불·근로시간 미준수·근로계약서 미작성 등 근로기준법 위반 행위가 적발됐다.

아르바이트노조 청소년사업팀 활동가 하루씨는 “청소년들의 상담사례를 분석하면 사용자는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잡일은 물론이고 근로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일이나 야간·추가근로를 빈번하게 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마저도 점점 악화되는 모양새다.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가 이달 6일 발표한 '10대 밑바닥노동 실태조사'를 보면 경제위기와 대학등록금 인상·일자리 감소로 인해 기존 청소년 일자리였던 카페·편의점이 20대와 50대 이상 노동자들로 채워진 것으로 확인됐다. 청소년 일자리는 일자리 자체가 줄거나 단시간 고용이 확산되는 식으로 축소되고 있다고 네트워크는 분석했다.

결국 청소년들은 장당 10~40원을 받는 전단지 배포나 저임금 식당 서빙·호텔 연회장 1일 서빙·오토바이 배달대행·야간 아르바이트 등 질 나쁜 일자리로 내몰리게 된다. 배경내 네트워크 활동가는 “청소년 노동에 단시간·간접고용 등 불안정성이 확대되면서 노동법 사각지대가 돼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꺾기'에 임금체불은 기본, 밤샘노동도 다반사

탈가정 청소년인 박재영씨는 생계를 위해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그러나 안정적인 일을 구하기는 갈수록 힘들어졌다.

“일자리를 구하는 게 쉽지 않아요. 청소년을 쓰는 업종과 지역이 한정돼 있습니다. 시급도 통일돼 있죠. 홍대 고깃집은 시급 5천원, 인천지역 편의점은 시급 4천원입니다.”

박씨는 생계를 위해 고깃집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으나 "××새끼" 등의 폭언과 업무량을 견디지 못했다. 그러자 대기업 계열 푸드코트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그러나 본사가 인건비 절감 지침을 내리면서 청소년부터 자르기 시작했다. 박씨의 친구가 잘렸고, 그의 급여도 이른바 ‘꺾기’(손님이 적은 시간대에 휴무나 조기퇴근을 강요하는 것)로 인해 월 90만원에서 58만원까지 떨어졌다. 결국 퇴사해야 했다. 그 후엔 편의점에서 주 5일 야간 아르바이트를 했다. 10시간이 넘는 밤샘노동을 했다. 몸무게가 쭉쭉 빠졌다.

차은영(17·가명)씨도 비슷한 경우다. 차씨는 치킨집 서빙을 했다가 임금을 받지 못했다. 다음에는 호텔 연회장에서 서빙일을 했는데 역시 임금을 떼였다. 호텔 연회장 서빙은 외주업체가 온라인으로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채용해 호텔로 파견하는 구조다. 근로계약서는 없었다. 고용관계가 불분명해 임금을 떼이는 일이 적지 않았다.

차씨는 낮 2시20분부터 밤 10시15분까지 7시간25분(식사시간 30분 제외)을 일했다. 가산수당을 포함하면 3만8천750원을 받아야 했지만 그가 받은 돈은 3만원뿐이었다. 업체는 “업무준비시간과 식사시간 1시간, 산재보험분을 공제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차씨의 얘기는 달랐다.

“식사시간을 30분밖에 안 줬어요. 퇴근시간도 팀장님이 ‘추가시간은 그냥 네가 봉사한 거로 치자’면서 실제보다 줄여서 쓰게 했습니다.”

게다가 산재보험은 사용자가 100% 부담하는 것인데도, 차씨에게 줄 임금에서 산재보험료를 제외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호텔측은 "용역업체의 소관"이라고 잘라 말했다.

출근길 전화로 해고당하고 수시로 '폭언·하대' 노출

박재영씨와 차은영씨는 "일하면서 대우를 받았던 적인 한 번도 없다"고 입을 모았다. 박씨는 스티커업체의 사무보조를 하다 하루아침에 전화로 해고당했다. 출근길이었다. 사장은 “성수기가 끝나서 아르바이트가 필요 없어졌다”며 “사무실에 있는 개인 물건은 택배로 부쳐 줄 테니 나오지 말라”고 했다. 그는 집으로 돌아가며 “회사의 대들보가 돼 달라”던 사장의 말을 곱씹었다.

차씨는 호텔에서 이름을 불려 본 적이 없다. “너, 너, 시끄러우니까 문 보고 서 있어”, “야, 이××××들아” 등 호텔 직원들의 하대와 폭언만 경험했다.

“호텔 아르바이트는 다시는 안 할 생각입니다. 일은 전보다는 낫지만 직원들이 막 대하는 게 너무 싫어요.” 차씨의 하소연이다.

“청소년 노동자들은 어리고 미숙하고 뭘 모르고, 갈 데도 없고 하니까 쓰기 쉽잖아요. 부리기도 쉽고 자르기도 쉽고. 그래서 더 막 대하는 거 같아요.” 박씨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현장에는 노동법이 없다. 박씨가 일했던 편의점 사장은 근로계약서 작성을 거부했다가 노동부 일제단속 시기에 마지못해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 허위 근로계약서였다.

사장은 "근로감독관 오기 전에 미리 알려 줄 테니 그땐 숨어 있으라"고 지시했다. 그런 식으로 어떤 위법사항도 적발되지 않았다. 청소년 노동자들은 법보다 사장을 두려워한다.

박씨는 주위 청소년들이 미지급수당을 받고 싶어도 구제방법을 모르거나 노동부에 진정을 넣은 후 다시 사장과 대면해야 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실제 그는 체불임금 진정 과정에서 근로감독관에게 훈계를 들은 적도 있다.

“그분이 자기 아들 얘기를 하더라고요. 아르바이트 며칠 하다가 때려치웠는데 책임감이 없어 그렇다는 겁니다. 책임감 없이 일을 그만두고는 돈을 끝까지 받으려 했으면 엄청 혼냈을 거라고 말하더라고요. 제가 성인 노동자였다면 그런 식으로 대했을까요?”

일을 원만하게 그만둔 적도 없다. 박씨는 끊임없이 아르바이트를 구했고 일방적으로 잘리거나 뛰쳐나오기를 반복했다. 편의점 사장 말대로 청소년 노동자의 책임감 때문에 그런 것일까.

“우리가 어떤 일자리에서 일했고, 왜 그만뒀는지 돌아봐야 하지 않아요? 우리한테 책임감이 없다고 하는데요. 사장님들은 얼마나 책임감 있게 법을 지키셨는지 궁급한니다. 법정 수당을 주고, 폭언을 하지 않는데 우리가 무작정 일자리를 그만뒀을까요?”

일할수록 미래가 희미해지는 청소년 노동자

청소년 노동권 보호는 근로기준법상 연소근로자 보호규정을 통해 이뤄진다. 그런데 근기법은 청소년 고용업종 제한 등 규제 차원에 머물러 있다. 노동단체가 실효성이 낮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하루씨는 "정부의 청소년 노동 보호조치가 아르바이트 연령·업종을 금지하는 식의 규제에 치중돼 있기 때문에 오히려 청소년들이 접근 가능한 일자리가 줄어들고 택배·배달 등 이른바 3D 알바로 이동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동법 위반행위를 실질적으로 제재하고 사업주 노동법 교육을 강화하면서 청소년들에게 실제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윤지영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는 "파견업무 종사자가 청소년인 경우 직접고용 조항을 마련하거나 업무별 청소년 노동 보호에 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등 현실에 맞는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정부가 청소년에게 좋은 일자리와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캐나다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청소년 고용촉진 지원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청소년 근로활동을 지원하는 동시에 사업주에게도 보조금을 지급한다. 윤 변호사는 “궁극적으로는 노동시장 전체의 불안정 노동이 확산되고 청소년 노동의 질이 악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재영씨는 지난 2년간 일하면서 무엇을 얻었을까.

“건강이 나빠졌죠. 몸무게가 15킬로그램이나 빠졌거든요. 그리고 타협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이젠 편의점에서 최저임금만 지켜도 괜찮은 일자리라고 말하게 됩니다. 씁쓸하죠. 일은 열심히 하고 있는데 제 미래는 점점 희미해지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그는 "내 노동의 가치는 소중하다"고 말했다.

“청소년 노동 자체를 폄하하거나 터부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도 질 좋은 일자리에서 일하고 싶죠. 어리고 미숙하니까 좀 덜 받아도 되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내 노동의 가치는 그렇게 정해질 게 아니다’고 답하고 싶습니다. 노동의 가치는 그만큼 소중한 거니까요.”

글·사진=윤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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