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륭전자(현 렉스엘이앤지) 사측이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분회장 유흥희) 조합원들에게 알리지 않고 야반도주한 지 30일이면 한 달이 된다. 정치권까지 개입한 끝에 복직한 분회 조합원들이 일터로 돌아갈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를 이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분회는 27일 오후 서울 대한문 앞에서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는 문화제를 열었다. 분회는 다음달 6일 기륭전자·한진중공업 등 사회적 합의로 현안이 해결됐는데도 합의사항이 이행되지 않고 있는 사업장 문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기륭전자 노동자들이 지난해 5월 복직한 것은 2010년 11월 노사합의에 따른 것이다. 민주당과 옛 민주노동당이 개입한 결과였다. 하지만 기륭전자 노동자들은 보직이나 월급을 받기는커녕 꼼짝없이 길거리로 나앉게 됐다.

지난달 30일 기륭전자 사측이 야밤에 몰래 이사한 뒤 분회 조합원들은 회사가 이사한 곳을 수소문했지만 아직까지 찾지 못하고 있다. 회사가 공시한 새 주소가 간판도 직원도 없는 유령사무실이었기 때문이다. 분회는 이달 16일께 회사 사무실 관계자와 통화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 관계자는 사무실 위치를 알려 주지 않았다.

급기야 서울 신대방동 소재 기존 사무실 건물주는 철야농성 중인 조합원들에게 29일까지 사무실을 비워 주지 않으면 강제집행하겠다고 통보했다. 분회 조합원들은 이사간 사무실도 못 찾고 기존 사무실에서도 쫓겨날 처지가 된 것이다.

홍희덕 전 민주노동당 의원과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김상희 민주당 의원 등 2010년 합의 당시 노사협상에 관여했던 정치인들은 지금 현역의원이 아니거나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이 아니어서 문제 해결에 나서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김상희 의원은 조만간 환노위 민주당 간사인 홍영표 의원에게 기륭전자 상황을 전달하고 해결방안 모색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흥희 분회장은 “사회적 합의로 어렵게 복직했는데도 회사가 모르쇠로 일관하는 만큼 정치권이 합의 이행을 강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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