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손해배상판결이 잇달아 선고되고 있다. 지난 10월10일과 11월28일에는 불법파견 중단 정규직 전환 투쟁을 했던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등에 약 20억원과 5억원, 그리고 11월29일 쌍용차 정리해고 저지투쟁에 약 46억원의 손해배상을 법원은 판결했다. 불법파업 투쟁했으니 그에 따른 손해는 배상해야 한다고 법원은 판결하고 있다. 노조의 파업투쟁에 거액의 손해배상 판결은 2011년 3월 대법원이 철도노조 파업투쟁에 대해서도 했다. 당시 약 7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잇따른 불법파업에 관한 법원의 손해배상 판결에 사용자들은 환영하고 있다. 현대차·쌍용차 등이 "글로벌 경쟁이 격해지고 있는데 불법으로 생산라인을 중단하는 파업 행위는 어떤 형태로든 정당화하기 힘들다"며 "법원의 최근 판결은 합리적인 노사 문화가 정착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번 법원 판결을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보도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최근 판결은 노동운동이란 이름으로 미화된 노조의 무분별한 폭력 행위나 과격 투쟁에 대해 법적인 제동이 걸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중도 소송 취하 등 원칙 없는 대응에서 벗어나 단호하게 법과 원칙을 준수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됐다. 교수 등도 법원 판결에 고무돼서 위 사용자들과 같은 취지의 말을 칼럼 등에 썼다. 김일수 고려대 명예교수는 최근 “단호한 배상판결, 신노사관계 계기로”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 교수가 중립의 언어로 말했다는 것이니 그 말이 얼마나 중립적이고 타당한 것인지 살펴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판결의 의미를 파악해 보자.

2. 김일수 교수는 말했다. “재판부는 '정리해고나 조직의 통·폐합 등 구조조정 실시는 회사의 고유권한이며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전제로 당시 격렬했던 노조의 집단행동이 불법이었다고 판단했다”고 한 뒤, “지난 4반세기 동안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노동 3권이 괄목할 만한 신장을 이뤘고, 그러한 발전은 현재도 진행 중인 게 사실이다. 경제 환경과 고용시장의 변화에 맞춰 몇 번의 파동은 있었지만 노조 탄압이나 노동력 착취의 시대는 다시 회귀하기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대내외적인 경제 여건의 변화에도 아랑곳없이 강경 일변도 투쟁을 일삼아 온 일부 강성노조들의 행태나 고용세습 등 노조의 귀족화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앞으로 갈등과 대결의 노사관계에서 협력과 상생의 신(新)노사관계로의 변환은 돌이킬 수 없는 대세로 보인다”며 “노측의 근로 3권과 자율성이 헌법적 가치로 존중받아야 하듯이, 사측의 경영권과 재산권도 헌법적 가치로서 존중받아야 마땅”하니 “부부처럼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노사 모두에게 조언했다. 결론으로 “고용주의 부당노동행위가 있을 수 없듯이 노조의 불법 단체행동도 있어서는 안 된다. 노사의 극한 대립과 투쟁은 단순히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와 국민경제 전반에 불안을 불러온다. 투자심리, 국제적인 신용도, 하청·하도급 업체의 생존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지금은 합리적인 노사문화 정착을 위해 법적 책임을 끈기 있게 추궁하는 결기를 보일 때”라고 사용자에게 특별히 당부했다.(문화일보 2013.12.2.자)

이 대한민국 형법학자는 어제는 주체·목적·절차·수단과 방법이 정당하지 않은 불법파업은 단순히 노무제공 거부인 파업이라도 형법 업무방해죄의 정당행위가 아니니 처벌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자신의 형법교과서에서 국가권력에 주문했다. 그 주문과는 달리 이제 대법원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11.3.17 선고 2007도482 판결)로 단순파업은 원칙적으로 업무방해죄로 처벌하지 않게 돼 버린 오늘, 이 형법학자는 노조의 불법파업을 응징하기 위해 이렇게 자신의 전공을 넘어 노동법·민법의 영역으로 달려가 손해배상 민사책임을 끈기 있게 추궁하는 결기를 보이라고 사용자 자본에 당부하고 있다.

3. 쌍용차 손해배상사건은 정리해고에 맞선 쟁의투쟁이었다. 현대차 비정규직사건 파견법 위반의 사용자 현대차를 상대로 이를 중단하고 법에 따라 현대차 근로자로 전환하라고 요구한 쟁의투쟁이었다. 단순히 쟁의의 목적과 관련해 “재판부는 ‘정리해고나 조직의 통·폐합 등 구조조정 실시는 회사의 고유권한이며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전제로 당시 격렬했던 노조의 집단행동이 불법이었다고 판단”했던 것이 아니라 그 외에도 폭력·파괴행위·점거 등 쟁의의 수단과 방법까지도 정당성이 없다며 불법이라고 해서 손해배상 판결을 했다. 2009년 사용자 쌍용차는 “정리해고나 조직의 통·폐합 등 구조조정 실시는 회사의 고유권한이며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이에 관해 노조와 교섭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대규모 정리해고를 실시했다. 이에 노조는 그 정리해고 실시를 저지하는 ‘불법’투쟁을 했다. 2010년 사용자 현대차는 대법원이 현대차 생산공정에서 사내하청근로는 파견근로라고 판결했다. 이에 파견법에 따라 현대차의 근로자로 됐거나 현대차는 자신의 근로자로 고용할 의무가 있었다. 그러니 이와 관련한 노조의 교섭요구에 응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그 당시에는 “사측의 경영권과 재산권도 헌법적 가치로서 존중받아야” 하듯이, “노측의 근로 3권과 자율성이 헌법적 가치로 존중받아야” 마땅하다며, “앞으로 갈등과 대결의 노사관계에서 협력과 상생의 신(新)노사관계로의 변환은 돌이킬 수 없는 대세”라며 사측은 노조를 비정규 노동자를 “부부처럼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풀어가겠다”고 교섭하거나 협의하지 않았다. 쌍용차는 그저 정리해고 등 구조조정 실시는 회사 고유의 경영권 사항이라며 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법원의 판례의 말만 되풀이했다. 현대차는 개별적으로 현대차 근로자라는 법원의 확정 판결을 받아 와야 교섭할 수 있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 이전까지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강경 일변도 투쟁을 일삼아 온 일부 강성노조들의 행태”를 보였던 것도, “극한 대립과 투쟁”으로 “사회와 국민경제 전반에 불안을 불러”와 “투자심리, 국제적인 신용도, 하청·하도급 업체의 생존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치겠다고 투쟁해 왔던 노조도 아니었다. 자칫 회사에 악영향을 미쳐 조합원의 고용안정을 해치는 사태가 올까 봐 강경투쟁을 자제해 온 노조였다. 그런데 조합원의 고용이 직접 위협받는 정리해고 등 구조조정 실시였다. 그런데 법에 따라 조합원의 고용이 보장돼야 하는 불법파견에 관한 것이었다. 구조조정 실시, 근로자 채용 등의 문제가 경영참여제도로 노동자 이해를 반영시킬 제도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 제도가 있는 독일에서 법은 그에 대한 파업투쟁은 불법이라고 해도 노동자의 고용상 권리는 보장받을 수 있지만 대한민국에선 그럴 수가 없다. 파견법에 관한 법집행을 해야 할 고용노동부와 검찰 등 수사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 불법파견을 중단시키고 현대차 근로자로 전환시켜 사용토록 법집행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법에 따라 사용자는 교섭을 거부해도 부당노동행위가 되지 않았다. 법에 따라 사용자에게 교섭을 요구해도 거부하면 그만이었다. 대한민국에서 법은 조합원들이 대규모로 내쫓겨도 노조는 해고회피노력, 해고대상자 선정에서 의견을 말하면 그만인 노동자단체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었고, 법집행은 조합원이 불법파견으로 사용돼도 노조는 사용자에 이를 중단하고 사용자의 근로자로 전환해서 사용하라고 요구해서 교섭할 수 있는 노동자단체라고 적극적으로 말하고 있지 않았다. 대한민국에서 법과 법집행은 쌍용차에서 현대차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고용의 권리를 철저히 외면하고 서 있었다. 아무런 제도도 법집행도 없이 조합원들은 사용자가 하는 대로 정리해고가 되고 불법파견에 사용돼도 노조는 침묵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노조는 조합원을 위해서 침묵할 수가 없었다. 정리해고 중단·불법파견 중단 정규직 전환을 외치면서 파업투쟁을 하고 말았다. 교섭의 대상이 아니라고, 교섭에 응하지 않겠다고 완강한 사용자를 상대로 조합원의 고용을 보장받아 낼 사용자와의 교섭은 ‘결사투쟁’ 말고는 다른 투쟁의 방법이 남아 있지 않았다. 생산라인을 점거하는 옥쇄파업밖에 달리 수단이 없었다. 그리고 몇 십일의 파업투쟁은 법대로 진압되고 노사합의로 멈췄다. 그러나 손해배상 등 민사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노사합의서를 쓰지 못했다. 그러니 법대로면 불법파업이고 사용자의 청구에 법원으로부터 손해배상 판결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4. 쟁의행위의 주체·목적·절차·수단과 방법에 이르기까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수도 없이 규제해 놓아 도무지 헌법의 노동 3권을 보장한 거라고 볼 수 없는 대한민국이다. 이런 나라가 어째서 지난 1980년대 중반 이후 “지난 4반세기 동안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노동 3권이 괄목할 만한 신장을 이뤘고, 그러한 발전은 현재도 진행 중인 게 사실”이고, “경제환경과 고용시장의 변화에 맞춰 몇 번의 파동은 있었지만 노조 탄압이나 노동력 착취의 시대는 다시 회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교수는 말하는가. 1953년 3월8일에 태어나서 올해로 60년이 된 노조법은 유감스럽게도 지난 60년 동안 제·개정될 때마다 그 제한, 금지의 사유가 추가됐고 그 처벌수준도 높아졌다. 대한민국에서 노동법 제·개정사는 헌법상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의 제한과 금지의 역사였고, 그 최종판이 현행 노조법이다. 이 나라에서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에 대한 법률상 보장은 1953년 3월8일 제정된 법에서 한 걸음도 더 나아가지 못했다. 이러한 노조법으로 인해 “지난 4반세기 동안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도 “노동 3권”에 관한 법률상 보장수준은 오히려 후퇴되고 있는 지경이며 이는 2010년부터 개정·시행 중인 전임자급여금지 및 근로시간면제제도,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제도 등에 의해서 그러한 후퇴는 “현재도 진행 중인 게 사실”이다. “고용주의 부당노동행위가 있을 수” 있어도 “노조의 불법단체행동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노골적으로 중립을 포기하고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면 오늘 대한민국에서는 노조의 불법파업에 관한 법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환영하면서 법을 준수하는 합리적인 노사문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에서 불법파업에 관한 손해배상 판결은 고용 문제에 관한 노동자참여를 배제한 제도와 노동기본권 행사를 보장하지 않는 노조법에 근거한 법대로의 판결이다. 부당한 법을 두고서 합리적인 노사관계를 말할 수 없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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