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인 고 최종범씨가 숨진 채 발견되기 전날 동료들과의 SNS 대화를 통해 남긴 말을 보면 그가 스스로 생을 놓아 버린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삼성서비스 다니며 너무 힘들었다. 배고파 못 살았고 다들 너무 힘들어서 옆에서 보는 것도 힘들었어요”라는 말은 고단한 노동의 대가에 턱없이 부족한 저임금 현실을 호소한 것으로 보인다. 노조탄압 목적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업무감사와 삼성전자서비스센터의 서비스지역 축소에 따른 일감부족의 고통을 표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병원비·주택비 고민하며 하루 12시간 근무
최씨가 3년 동안 일한 천안센터는 올해 8~10월부터 3개 서비스지역을 본사가 관할하기 시작했다. AS 주문이 집중되는 천안시내의 50%, 인근 아산시 일부 지역까지 포함한 서비스지역의 30%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9월 급여가 지급된 지난달 5일부터 천안센터 직원 중 상당수는 급여가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는 것이 분회쪽 설명이다.
이에 대해 이제근 천안센터 사장은 “숨진 최씨는 최근 3개월간 500만원 이상의 월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천안분회가 공개한 고인의 9월 급여명세서<사진>를 보면 최씨는 이달 5일 총 352만4천880원의 매출을 올렸다. 각종 사회보험 등을 공제하고 실제 수령한 돈은 310만원이 조금 넘었다. 이마저도 최씨가 남들과 달리 야근과 휴일근무를 자처한 결과다. 다른 직원들이 오후 6시에 퇴근할 때 최씨는 늦은 밤까지 일하는 경우가 잦았다는 것이 동료들의 전언이다.
분회 관계자는 “가족들을 위해 9월 한 달 동안 하루 평균 12시간씩, 추석당일과 일요일만 빼고 일한 결과가 310만원”이라며 “이마저도 노조가입을 이유로 일감이 감소하면서 줄어들고 있었다”고 말했다. 센터장 이씨도 “최씨가 입원 중인 노모와 주택구입비 때문에 가불과 대출을 받았다”고 밝혔다. 최씨가 장시간 근무를 자처한 이유를 짐작하게 한다.
천안·아산센터의 경우 조합원들이 센터 앞에서 자주 시위를 하는 등 강하게 반발한 끝에 본사로 넘어 갔던 서비스지역을 최근 되찾았다. 하지만 부산동래·부산해운대·이천·김포센터에서는 이른바 ‘지역 쪼개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노사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금속노조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박상범 삼성전자서비스 사장을 상대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지난달 30일 제출한 부당노동행위 고소장에 따르면 김포센터장은 서비스지역을 포기한다는 각서까지 썼다. 노조는 고소장에서 “김포센터는 조합원들이 집중적으로 노조에 가입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수도권센터 감사대상 10명 중 9명은 조합원
9월25일부터 본격화한 각 지역센터 업무감사 실태를 보면 노조탄압 의혹이 짙어진다. 노조를 의식해서인지 예년과 달리 올해부터는 삼성전자서비스 본사 직원이 아닌 센터 관리자들이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미 감사가 끝난 3년 전의 사안을 문제 삼아 직원들을 추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씨도 90여명의 직원 중 집중감사 대상인 8명에 포함됐다. 분회장과 대의원 2명을 비롯해 8명 모두 조합원이었다. 7명의 내근직 조합원 중에서는 4명이나 감사대상에 올랐다. 최씨는 감사가 시작된 뒤 “우리는 열심히 일했는데 왜 지난 일까지 문제 삼는지 모르겠다”며 억울함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표적감사 의혹과 관련해 노조의 고소장에 언급된 수도권지역 센터 25곳 현황을 보면 감사대상이 된 95명 중 85명이 조합원이었다. “조합원만 표적감사한다”는 지회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수밖에 없다. 노조가 삼성전자서비스에 표적감사와 서비스지역 축소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