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수시근로감독은 제조업종에 집중됐던 위장도급·불법파견 논란이 서비스업종으로 급속하게 확산되는 가운데 진행됐다. 올해만 해도 삼성전자서비스·씨앤앰·티브로드 같은 전자제품 및 케이블방송 AS 직종에서 간접고용 문제가 잇따라 불거졌다.

이들 사건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원청업체가 자체 통합전산망과 업무매뉴얼을 통해 협력(도급)업체 노동자들을 통제해 왔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서비스만 해도 통합전산망을 통해 협력업체에 조직코드를 부여하고, 협력업체 직원들에게도 본사 직원과 동일한 8자리 사번을 부여했다. 이와 함께 협력업체 직원의 이력과 특기사항 같은 인사기록 사항을 원청인 삼성전자서비스가 전산화해 관리했다. 이러한 통합전산망과 업무매뉴얼은 ‘온라인 업무지시’를 위한 통로 역할을 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직접 PDA를 지급한 뒤 문자메시지 형태로 업무지시를 하달했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원청이 제공한 전산시스템과 업무매뉴얼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고, 원청에서 협력업체 근로자들에 대한 평가를 통해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으며, 원청에서 실적 독려 등을 위해 일부 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발송하는 등 논란의 여지는 있다”는 애매한 입장을 취했다. 각종 논란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정작 “불법은 아니다”는 이상한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노동부는 “AS업무 특성상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전국적으로 균질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통일된 업무매뉴얼이 필요하고, 이러한 매뉴얼이 협력업체 근로자에 대한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업무 지시·명령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서비스가 통합전산망과 업무매뉴얼이라는 노무관리 패키지 시스템을 활용해 PDA로 업무지시를 내린 정황증거들은 이번 근로감독에서 모두 배제됐다.

노동부는 '근로자파견의 판단기준에 관한 지침'을 근거로 16일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지침에 부합하는 내용이나 위배되는 내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내린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무엇이 지침에 부합하고 위배되는지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사안이 복잡해 구분하기 어렵다"고 에둘러 말했다.

노동부의 이날 판단은 AS 직종의 경우 원청의 업무 지시·명령권을 예외적으로 인정해 주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최근 쟁의행위를 벌이고 있는 티브로드 등 유사 AS 직종 노동자들이 노동부를 통해 권리구제를 받을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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