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청이 통합전산망으로 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 직접 업무지시를 내렸다는 증거가 있나요?”
삼성전자서비스 위장도급·불법파견 사건에 대한 수시근로감독을 총괄·지휘한 최관병 고용노동부 고용차별개선과장이 언론을 향해 던진 질문이다. 최 과장은 16일 오전 근로감독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삼성전자서비스의 전산망 관련 업무를 종합적으로 살펴본 결과 사용자로서 (삼성전자서비스의) 직접적인 지휘·명령은 없었다고 판단했다”며 “근로감독관 37명이 두 달간 샅샅이 조사했지만 관련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원청인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소속 AS 기사들에게 개인용휴대단말기(PDA)를 직접 제공하고, 삼성의 통합전산시스템을 이용해 해당 PDA로 각종 업무지시 사항을 전달했다는 노동계의 주장과 상반된다.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서비스 불법고용 공동대책위원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서비스의 차장급 관리자인 'SV'는 문자메시지를 직접 작성해 협력업체 AS 기사들에게 전송해 왔다<사진 참조>.
이때 사용된 발신자 번호(1588-3366)는 삼성전자서비스의 대표번호다. 문자메시지의 내용은 AS서비스 수임 약속 등 업무관련 통보와 수리비 환불 처리요령, 민원접수 급증에 따른 업무시간 연장통보 등이다. AS 기사들의 업무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이처럼 가정방문 서비스가 주를 이루는 AS 직종에서 PDA를 이용한 원청의 '온라인 업무지시'는 관행화된 지 오래다. 원·하청 노동자가 한데 섞여 원청업체가 작성한 사양일람표·사양식별표·작업표준서 같은 오프라인 업무지시에 따라 근무하는 제조업 사업장과는 업무명령 시스템 자체가 다르다. 위장도급 또는 불법파견 여부를 판단할 때 업·직종의 특성을 면밀하게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원청의 온라인 업무지시는 위장도급 또는 불법파견의 증거가 안 되는 걸까. 지난해 5월 서울고등법원은 삼성전자서비스와 동종업체인 동부대우전자서비스(옛 대우일렉서비스) 노동자들이 제기한 위장도급 사건에서 △원청인 대우일렉서비스가 AS 기사들의 업무구역을 지정하고 △PDA를 통해 업무를 배분하고 △PDA나 해피콜서비스·고객평가제·근태관리프로그램으로 AS 기사들을 관리·감독한 점을 위장도급의 징표로 인정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