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 이한구(사진 왼쪽)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새누리당 환노위소속의원들이 평택 쌍용자동차 철탑 농성장을 방문했다.정기훈 기자
새누리당이 18대 대통령 선거 전에 언급한 쌍용자동차 국정조사 약속을 뒤집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일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46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쌍용차 평택공장 앞 농성장을 찾아 "위험한 곳에 올라가면 여러분(쌍용차 해고자)의 문제가 해결되느냐"며 "(대선 후 국정조사 실시 약속은)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한 것이고, 지금도 회의적으로 본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 오전 쌍용차 평택공장을 방문해 경영진과 기업노조 간부들을 잇따라 만났다.

이 원내대표의 이날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 쌍용차 국정조사는 새누리당이 공식적으로 약속한 것이기 때문이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총괄선대본부장은 지난해 12월10일 종교계 인사를 만난 자리에서 "대선 이후 열리는 첫 국회에서 쌍용차 국정조사를 다루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같은달 4일에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이후 실효성 있는 국정조사를 실시해 쌍용차 문제를 풀겠다"고 발표하면서 "쌍용차 국정조사는 새누리당의 공식 입장"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런 상황에서 이 원내대표가 쌍용차 국정조사를 '환노위 소속 의원들이 한 약속'으로 폄하하고, 국정조사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다. 쌍용차 방문에 동행한 원유철 새누리당 의원이 "국정조사 실시 여부는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기자브리핑에서 전했지만 이 원내대표의 부정적인 발언을 감안하면 새누리당이 쌍용차 국정조사 약속을 뒤집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반해 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희생자 시민분향소를 찾아 "올해 국회의 첫 번째 업무는 쌍용차 국정조사"라고 말했다. 여야가 쌍용차 국정조사에 관해 정반대의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편 쌍용자동차는 2009년 "공장이 문 닫을 위기에 처했다"며 3천여명의 노동자를 무급휴직·희망퇴직·정리해고로 쫓아냈다. 노동자들은 77일간 파업을 벌이며 저항했다. 경찰특공대는 대테러용 무기를 들고 파업 노동자들을 진압했다. 실직과 국가폭력의 공포는 쌍용차 노동자와 가족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쌍용차 국정조사는 2천646명을 정리해고한 것이 과연 정당한 것이었는지, 파업진압 과정에서 경찰력의 위법성은 없었는지 검증해 보자는 것이다. 4년간 23명의 목숨을 앗아 간 대형사건인 만큼 국정조사 수준의 진실규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만만치 않다. 노동계는 쌍용차 국정조사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의 노동현안 해결의지를 가늠할 첫 단추로 보고 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