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김미영 기자

11일로 희망버스가 시동을 건 지 1년을 맞았다. 그러나 정리해고의 잔혹한 그림자는 한진중공업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309일간 목숨을 걸고 농성한 85호기 크레인이 고철로 팔려 더 이상 보이지 않다는 것이다. 대신 공장 정문 앞에는 ‘회사와 노조가 하나 돼 조선 1번지 자부심을 되찾겠다’는 기업별노조의 대형현수막이 내걸렸다. 그 아래에는 금속노조 한진중지회(지회장 차해도)의 '회사 정상화와 민주노조 사수를 위한 천막농성장'이 외롭게 자리 잡고 있다.

지난 9일 부산 한진중 영도조선소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난 차해도 지회장은 “최근 선주가 급한 배 4척을 의뢰해 왔지만 회사가 필리핀 수빅조선소에서 건조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무산된 일이 있었다”며 “회사가 신규수주 의지가 없어 이대로 가다간 추가 구조조정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진중은 2009년 상선부문 신규수주가 끊긴 이후 10척 안팎의 방위산업부문 수주로 조선소의 명맥만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회사는 일감이 없다는 이유로 지난해 12월부터 6개월간 순환휴직을 실시했다.

이달 현재 6차에 걸쳐 670명(사무직 포함)이 휴직상태다. 평균임금의 50% 가량인 120만~150만원을 받으며 복귀날짜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이들에게 회사는 이달 초 무기한 휴업을 통보했다. 지난해 11월 회사로부터 ‘1년 뒤 재고용’ 약속을 받은 93명의 정리해고자들도 복직의 꿈이 점점 멀어지고 있어 속이 타 들어가기는 마찬가지다. 차 지회장은 “올해 10척의 수주 성과가 전부 수빅조선소로 돌아갔다”며 “회사가 겉으로는 정상화를 말하지만 실제로는 영도조선소 축소·폐지로 가닥을 정했다는 의혹을 지울 수가 없다”고 우려했다. 방산부문 100~200명을 제외한 나머지 인력에 대한 추가 구조조정 가능성이 언제든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지회는 지난 1월 기업별노조인 한진중노조가 설립된 이후 회사로부터 전방위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 2월 회사가 단협해지 통보를 해 오는 8월이면 무단협 상태가 된다. 또 7월21일부로 지회가 가지고 있던 교섭권도 내놓아야 한다. 조합원의 80%인 560여명이 기업별노조로 이탈했기 때문이다. 지회가 천막농성에 돌입하자 회사는 이달 8일 임금·단체협상 중단을 선언하고 농성장을 임의로 철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텅 빈 도크와 멈춰 선 크레인만 남은 영도조선소에 또다시 긴장이 감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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