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아현(가명)씨는 며칠 전 거래은행으로부터 ‘금융거래정보 등의 제공 사실 통보서’를 송달받았다. 김씨의 인적사항과 보유계좌 정보가 경찰에 제공됐다는 내용이었다. 정보를 제공받은 당사자는 부산 영도경찰서 수사과 지능팀. 정보가 제공된 날짜는 지난해 6월17일이었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정책위원으로 활동 중인 윤애림씨도 얼마 전 자택 우편함에서 낯선 우편물을 발견했다. ‘통신사실확인 자료제공 요청 집행사실 통지’라는 제목의 경찰 공문이었다. 지난해 6월11일과 12일, 7월9일과 10일 윤씨가 어디에 전화를 걸었는지 ‘통화내역(발신내역)’을 열람한 것이다. 공문을 보낸 곳은 부산 영도서 수사과 지능팀이었다.

부산 영도경찰서는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관할서다. 영도서가 1차 희망의버스가 시작된 지난해 6월부터 최근까지 희망버스 참가들의 개인정보를 열람한 뒤, 수개월이 지난 최근에야 이러한 사실을 통보하고 있어 인권침해 논란이 예상된다. 5차례 진행된 희망버스 행사에 수만 명에 달하는 인원이 다녀간 점을 감안하면, 경찰이 대대적인 ‘신상 털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자신의 개인정보가 국가기관에 의해 열람되는 줄도 모르고 있다가, 최근에서야 경찰이나 관계기관의 통보를 받은 상황이다. 윤애림씨는 “경찰이 노동단체에서 일하는 나를 찍어 통화내역 열람을 했다는 건데, 통화기록이 열람된 당일 부산에 가지도 않았다”며 “마치 국가권력의 손바닥 위에 놓여 있는 것 같아 섬뜩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영도서 수사과 관계자는 “수사에 필요한 절차를 밟았을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수사상 필요한 부분을 확인한 것이고, 절차에 따라 대상자들에게 통보가 이뤄진 것”이라며 “통보가 늦어진 것은 증거인멸 등 공정한 사법절차를 방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희망버스 주동자들에 대한 법원의 영장을 근거로, 희망버스 주동자들과 거래했던 것으로 짐작되는 다수의 사람들을 수사했다는 얘기다.

송영섭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현행 통신비밀보호법 등은 법원의 영장만 있으면 피의자에 대한 개인정보를 열람할 수 있게 하고 있다”며 “법원의 영장 발부율이 95%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피의자의 사적영역을 보호할 안전판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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