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의 KEC는 지난해 7월1일 고용노동부에 ‘복수노조 1호’인 KEC노조 설립신고를 해 유명세를 탔다. KEC에는 기존의 금속노조 소속 지회가 결성돼 있었는데, 회사는 노조 설립신고 절차가 이뤄지기도 전인 지난해 6월부터 기업노조 조합비를 공제해 주고 3명을 노조 전임자로 대우해 줬다. 금속노조 KEC지회가 기업노조를 회사가 설립한 ‘어용노조’라고 비판하는 근거다. 기업노조가 생긴 이후 회사는 노골적으로 금속노조 조합원을 차별하고 있지만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으로는 규제할 방법이 없다.

금속노조는 22일 오전 서울 을지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복수노조 악용한 노동탄압 사례와 노동법 개정방향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KEC지회는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회사 관리자가 신입사원들을 모아 놓고 “금속노조로 가는 순간 너희는 모두 끝이다”라고 교육시키고, 금속노조에 가입한 신입사원에게는 “니가 살아남으면 내가 퇴사하겠다”고 협박한 내용이 담겨 있다. 뿐만 아니다. 회사는 지난달 정리해고를 실시했는데, 대상자 75명 전원이 금속노조 소속 조합원이었다. 회사는 기업노조와 상여금 300% 삭감, 2조2교대제 전환을 담은 임금·단체협약을 체결해 근로조건을 대폭 후퇴시켰다.

복수노조·창구단일화 제도 시행 이후 사용자가 ‘회사노조’를 설립하고, 노조 간 부당한 차별행위로 회사노조를 확대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사측이 회사노조와 근로조건이 후퇴하는 임단협을 맺고, 다른 노조에도 이를 수용할 것을 강요하면서 교섭을 사실상 해태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날 토론회에는 KEC지회 외에도 파카한일유압·유성기업·한진중공업지회가 비슷한 노조탄압 사례를 증언했다.

김태욱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현행 노조법을 개정해 부당노동행위에 사용자가 노조 간 부당한 차별을 하는 행위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창구단일화 제도를 폐지하고 , 초기업단위노조의 경우 사용자가 사용자단체를 구성하거나 연합해 교섭에 응하도록 하는 산별교섭 법제화를 노조법 개정방향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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