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지하철노조 승무지부
대림승무지회 정책실장
최근 통합진보당의 부정선거 사태는 ‘권력’은 ‘좋은 세상’을 만드는 수단에 불과한데 ‘특정 정파와 개인이 그 권력을 너무 탐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자본의 작동원리인 자기증식과 패권을 일삼는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은 원래 그렇다 치더라도 통합진보당마저 ‘개인의 욕망과 조직적 패권’을 보였다는 점에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과 같은) 이른바 우파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어 참혹했다.
그럼 좌파라고 괜찮은가. 대한민국에서 “변혁적 노동운동과 정치운동을 해 보겠다”는 사람과 정파·정치조직도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자기증식과 패권이라는 자본의 운동방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어 가짜 좌파, 아니 본질적으로 우파인지도 모른다고 느낄 때가 있다.
통합진보당, 자기증식 자본주의 원리 작동
우파는 '센 놈은 더 가져가도 된다'는 자기증식 원리와 질서·위계를 당연시하는 수직적 관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욕망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총선 과정에서 보여 준 새누리당 박근혜와 김형태·문대성이 보여 준 모습, 민주통합당 광주경선 과정에서의 투신자살, 그리고 관악을 경선 부정선거 파동과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선거는 이를 똑같이 증명하고 있다. 심정적으론 통합진보당은 앞으로 야권연대를 한다고 할 것 없이, 차라리 민주통합당과 통합하고 그 안에서 헤게모니 싸움을 하는 것이 정체성에 맞을 듯하다.
반면 좌파는 누구나 같은 조건에선 같은 정도의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믿는 수평적 관계를 지향한다. 그래서 염치와 연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가급적 낯 뜨거운 짓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의 운동현실에서 좌파는 어떤가. 내가 보기엔 독재와 자본과 싸워 오면서 욕하면서 배운 측면이 있지 않나 싶다. 닮은꼴이 있어 보인다. 바로 ‘나만’ ‘내 조직만’이라고 하면서 조직운동을 하지 않았는지 깊게 성찰해 봐야 한다.
이는 철학의 부재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공존이 필요하고, 따라서 모든 것들은 관계가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철학적 개념으로 ‘존재론’과 ‘관계론’의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상임대표이자 조계종 화쟁위원장을 맡고 있는 도법 스님이나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의 “관계론적 철학을 바탕으로 생명·평화·연대를 실천가치로 인간과 사회, 나라를 바꿔 나가야 한다”는 말씀을 우리는 늘 명심해야 한다.
생명·평화·연대의 새로운 정당 만들어야
다시 대한민국에서 사회혁명을 꿈꾼다면 ‘존재론적 철학에서 관계론적 철학으로’, 자기증식과 패권의 원리를 ‘공동체’와 ‘협동’의 원리로, 그리고 자본주의를 인문주의로 바꿔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 보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갖고 살자고 제안하고 싶다.
오로지 야권연대 승리만을 외치는 통합진보당 다수 우파는 민주통합당과 통합하고, 생명·평화·연대의 가치로 새세상을 만들겠다는 좌파는 ‘반자본주의 정당’의 깃발에 모여야 한다. 아울러 노동계급을 대표한다는 민주노총을 변혁적 관점을 가진 실천조직으로 새롭게 탈바꿈시키도록 조직해야 한다.
나는 20여년간 ‘자본주의 혁명’을 꿈꾸며 살았다. 이제 그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스스로 무너졌다. 더 이상 운동이나 변혁을 논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민주노총 집행부 또한 마찬가지다.
문제는 삶의 현실과 타협한 패배주의를 극복하고 나로부터 내 삶으로부터의 자기혁명을 통해 사회혁명을 이루고 대한민국을 자본주의 국가에서 인문주의 국가로, 더 나아가 새로운 문명을 만드는 세계의 중심에 서도록, 모든 노동자·서민·시민이 참여하는 새로운 정당과 민주노총을 만들어 나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