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불법사찰과 관련한 증거 폐기에 청와대가 관여했고, 이를 검찰이 요청했다고 폭로했던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의 녹취록이 추가로 폭로됐다. 검찰수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던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이 공직윤리지원관실을 지휘했다는 내용이다.

민주통합당 MB정권비리진상조사특위는 8일 오후 당 원내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 전 주무관의 녹취록을 추가로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장 전 주무관의 직속상관인 진경락 전 국무총리실 기획총괄과장은 2009년 7월 장 전 주무관이 발령을 받자마자 청와대로 데려가 이영호 전 비서관과 최종석 전 행정관에게 인사를 시켰다. 진 과장은 장 주무관에게 “(고용노동비서관실을 가리키며) 이쪽에서 일해라. 민정에는 절대보안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전 주무관의 첫 업무는 이영호 전 비서관의 차를 운전하는 것이었다. 그는 진 전 과장이나 최 전 행정관의 지시를 받고 두세 차례 운전을 했다.

장 전 주무관의 진술에 따르면 이영호 전 비서관은 공직윤리지원관실 인사를 직접 채용했다. 이 전 비서관은 김충곤 지원관실 점검1팀장을 면접한 뒤 채용했다. 김 팀장은 발령받기 두 달 전부터 민간인 신분으로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일했고, 급여는 공직윤리지원관실 특수활동비에서 지급됐다. 물론 불법이다.

몸통으로 불리는 박영준 전 국무조정실 차장과 이 전 비서관은 2010년 4~5월께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만났다. 장 전 주무관은 이 호텔 회의실을 예약하고 비용을 정부구매카드로 결제했다. 이 전 비서관은 박 전 차장을 ‘형’이라고 불렀고 추석 무렵에는 장 전 주무관에게 선물을 전달하라는 심부름을 시키기도 했다. 녹취록에는 증거인멸을 위해 최 전 행정관이 그에게 준 대포폰도 이 전 비서관이 썼던 것이라는 발언도 담겨 있다.

박영선 특위 위원장은 “검찰이 고의적으로 수사를 실패하게 만들고, 축소은폐한 의혹이 짙다”며 “당시 검찰 수사팀을 문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최종석 전 행정관 위에 이영호 전 비서관이 있었고, 박영준 전 차장도 관련이 있었음이 드러났다”며 “의혹이 남지 않도록 검찰은 재수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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