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판 중심주의 강화와 연일 재판부제 도입으로 업무량이 과도하게 늘었습니다. 오후 9시나 10시까지 재판하는 경우도 많고, 적정한 휴정조차 이뤄지지 않아 직원들이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가고 있습니다. 제도 취지는 좋다 하더라도 그에 따르는 재판부 증설과 인원충원 등이 이뤄져야 합니다."(이상원 지부장)

최근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과에서 일하던 참여관 김아무개(48)씨가 법원 주차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김씨는 지난달 23일 오전 8시께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스스로 번개탄을 피웠다. 그의 차량에서는 "일도 힘들고 모든 삶이 다 지친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

김씨의 자살 이후 서울중앙지법 직원 사이에서 고된 노동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일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 서울중앙지부(지부장 이상원)가 직원 4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전원이 고 김씨의 죽음에 대해 "업무과중과 스트레스가 주요 원인"이라고 답했다.

법원 속기사들은 주당 평균 노동시간이 최소 51~60시간이었고, 37%는 70시간 이상 근무했다. 50시간 미만 근무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상원 지부장은 "법정에서 당사자 진술을 최대한 듣고 심판을 내린다는 공판 중심주의가 강화되는 것은 올바르지만 그만큼 재판이 밤늦게까지 이어지고 관련 업무도 증가하고 있다"며 "재판부당 주 2회 재판하던 것을 연일 재판부제 시범실시로 주 3~5회로 늘어나면서 업무가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 지부장은 "숨진 김씨도 연일 재판부 시범실시 재판부에 속해 있던 직원"이라고 전했다.

법원노조 서울중앙지부는 이에 지난달 31일 고 김씨와 서울중앙지법 직원들이 과도한 업무로 인권침해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조사해 달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인권을 침해한 피진정인으로는 서울중앙지법원장과 시범실시 중인 연일 재판부의 일부 법관을 지목했다.

지부는 진정서에서 "적정한 점심·저녁·휴게시간 미보장에 따라 직원들이 식사와 급한 용변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오후 늦게나 새벽까지 이어지는 과도한 노동은 직원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요소"라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