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욱 DL이앤씨 회장이 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재청문회에 출석해 위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허영인 SPC그룹 회장. <정기훈 기자>

이해욱 DL그룹 회장과 허영인 SPC회장이 계열사에서 발생한 산재 사망사고에 대해 사과했다. 다만 이해욱 회장이 계속해서 변화의 모습을 보이겠다고 약속한 것과는 달리 허영인 회장은 자신이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있고, 위험사업은 모두 로봇으로 대체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해욱 “죄송하다 말뿐 아닌 변화 만들 것”
허영인 “저희가 부족해서 산재 사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1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를 열었다. 이해욱 회장과 허영인 회장이 증인으로 참석했다. 지난해부터 각 그룹 계열사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산재 사망사고의 원인과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이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계열사 대표이사들을 불러 원인 규명과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려 했으나 실질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자 청문회가 열렸다. 다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합의되지 않은 청문회라는 이유로 임이자 간사를 제외하고는 참석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오너를 부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며 비공개 간담회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SPC에서는 지난해 10월 노동자가 반죽 혼합기계에 끼어 숨지는 중대재해(SPL)에 이어 올해 8월에도 50대 노동자가 반죽 볼 리프트와 분할기(반죽 기계) 사이 끼어 숨지는 사고(샤니)가 발생했다. DL그룹 계열사 DL이앤씨에서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지금까지 7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해 8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청문회에 출석한 대표이사들은 산재 사망사고 발생에 사과했다. 이 회장은 “청문회를 위해 준비해 온 숫자(안전 대책)가 다 필요 없다”며 “정말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했다. 그는 “변화를 만들겠다”며 “회장으로서 임직원에 대한 메시지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허 회장도 “저희가 부족해서 산재 사고가 난 것으로 생각한다”며 “모든 직원이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해욱 회장은 사과 이후 의원들의 지적을 검토하고 수용하겠다고 한 반면, 허영인 회장은 준비해온 답변만을 반복해 빈축을 샀다.

올해 10월까지 작업중지권 요청
삼성물산 16만4천건, DL이앤씨는 61건

DL이앤씨가 준비한 재발방지 대책은 안전 투자 규모를 늘리고, 사고시 점검 노력을 다한다는 내용이다. 이 회장은 무리한 공기 단축이 중대재해 발생 원인이라는 의원들의 지적에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올해 안전 투자 규모를 지난해보다 29% 늘렸고, 내년에도 25% 이상 높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기훈 기자
정기훈 기자

의원들은 노동자의 작업중지권 사용을 권장할 것을 주문했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올해 1월부터 10월31일까지, DL이앤씨에서는 작업중지권 요청이 61건 있었는데 경쟁업체인 삼성물산은 16만3천679건이 있었다”며 “삼성은 작업중지로 인해 발생하는 하청업체 손해를 원청에서 보전하기 때문에 이런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원청의 철저한 안전관리도 요구했다. 윤건영 의원도 “협력업체에 물어보면 삼성물산은 깐깐해서 일하기 싫다고 한다”며 “증인부터 확고한 의지를 보여 직원들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DL이앤씨 현장은 74곳, 삼성물산은 60곳에 있다. 삼성물산에서는 올해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적정임금제 실시도 고려하라는 제안도 나왔다. 이수진 의원은 “사업 발주자가 적정 기간과 비용을 제공하거나, 현재 공공공사에만 적용 중인 하청노동자들에 적정한 임금을 보장하는 적정임금제를 시범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은 어떠냐”고 말했다.

이해욱 회장은 “작업중지권 행사를 보장하고, 손해 보상과 인센티브 제공을 하고 있지만 다시 한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수진 의원의 제안에는 “추가하고 있는 안전대책에 도움이 된다면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허영인 “경영 관여 안 해” 일관
민주당 ‘실질적 지배자’ 주장, 이정식 “수사시 감안”

허영인 회장은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는 답변을 일관되게 반복했다. 그는 산재 사망사고 현장을 가 봤냐는 김영진 의원 질의에 “샤니는 5년 전에 퇴직했기 때문에 그동안 한 번도 가 보지 않았다”고 답했다. SPC가 환노위에 제출한 ‘SPC그룹 안전 강화 방안’에 대해서도 “처음 보는 내용”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SPC그룹 지분을 살펴보면 허영인 회장의 지배력을 부정하기 어렵다. 2021년 12월 기준 SPC그룹 지배구조의 최상위에 있는 파리크라상의 지분 100%를 허 회장과 배우자, 자녀 두 명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리크라상은 비상장 계열사 주식 80%, 상장 계열사 주식 40%를 보유한 사실상 지주회사다. SPL 지분 모두와 샤니 지분 66%, 이외에도 계열사 지분 대다수를 소유하고 있다. <본지 2023년 8월10일 ‘SPC 무한사고’ 책임 정점은 ‘허영인 회장’ 기사 참조> 총수 일가가 사실상 그룹 계열사의 지분을 독점해 ‘가족회사’ 형태로 운영하고, 허 회장의 지분에 따라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허 회장이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우원식 의원은 “SPC그룹처럼 기업을 소유하고 실질적이고 중대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허 회장이 중대재해처벌법의 경영책임자에 해당하지 않느냐”고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에 따졌다.

이정식 장관은 “현실적으로 그러한 해석이 충분히 가능하다”며 “현재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수사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을 충분히 감안하겠다”고 말했다.

부당노동행위 검찰 수사에도 “노조탄압이라 생각 안 해”
2조2교대제 개선 요구엔 “위험작업 자동화”

정기훈 기자
정기훈 기자

허 회장은 현재 노동부가 수사 중인 노조 탄압 의혹에는 “그럴 리가 있겠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부정했다. 검찰은 SPC그룹 자회사인 PB파트너즈에서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들을 상대로 노조 탈퇴를 종용하거나 인사 불이익을 주는 부당노동행위 혐의가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2조2교대제 개선을 요구하는 의원들의 지적에는 “위험작업은 기계로 대체하겠다”는 답을 내놨다. 여당 의원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까지 나서 “결심은 결과적으로 회장이 해야 한다”며 “퇴사했어도 회장이 오너임은 분명하니 컨트롤타워가 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허 회장은 “안전경영위원회를 통해 현장에서 좋은 제안을 듣고 있다”며 “동선 개선과 설비 이동 등 많은 개선이 있었다”며 설비 자동화만 강조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