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지난 12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고용노동부 국정감사를 열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지난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국정감사가 끝났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같은 중대재해가 발생한 SPC그룹과 DL그룹은 회장이 출석하지 않으면서 중대재해 재발을 위한 책임있는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 추후 청문회에서 책임있는 사과와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반면에 대유위니아는 박영우 회장이 직접 출석해 임금체불 해결을 약속했다. 기약 없던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 설문 결과 발표일, 11월 산재 선보장제도 논의를 이끌어 냈다.

국감 마지막 날 뽑힌 ‘청문회’ 카드

올해 국감에서 야당은 SPC와 DL그룹 회장 출석을 요청했다. 계열사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중대재해 재발방지 대책에 책임 있게 약속할 수 있는 사람은 그룹을 경영하는 회장이라는 이유다. 하지만 여당 반대에 가로막혀 합의가 되지 않아 이강섭 샤니 대표, 마창진 DL이앤씨 대표가 그룹을 대표한다며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들은 사과 이상의 구체적 약속을 하지 못했다. 12일 이강섭 샤니 대표는 ‘가맹점주에 대한 피해 보상 계획’을 묻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그룹 차원 보상은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마창민 DL이앤씨 대표는 ‘구체적인 안전관리 대책’을 묻는 질의에 “예산 실행 규모가 800억원 이상 된다.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구체적 계획을 작성 중”이라고만 답했다.

야당 의원들은 “계열사 대표가 전체 그룹의 안전보호 대책을 강구할 권한이 없다”며 “그룹 최고 책임자가 나와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후 환노위는 19일 두 그룹 회장의 증인 출석을 의결했다. 회장들이 23일 해외 출장을 이유로 불출석을 통보하자 환노위는 27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의 건’을 야당 주도로 통과시켰다. 여당은 비공개 간담회를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SPC는 지난해 10월 계열사인 경기도 평택시 SPL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올해 8월 샤니 성남공장에서 50대 노동자가 사망했다. DL이앤씨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7번의 사고로 8명이 숨진 사업장이다.

박영우 대유위니아 회장 출석
자산매각으로 임금체불 해결 약속

국감에서 박영우 대유위니아 그룹 회장을 불러 600억원대 임금체불 해결 약속을 받아낸 것은 성과다. 환노위는 임금체불 청산 이행 과정을 점검할 예정이다.

박영우 회장은 당초 다른 그룹 회장들처럼 불출석을 통보했으나 26일 출석한 뒤 “전체 그룹 경영을 잘못했다, 사과한다”고 말한 뒤 “다음주까지 임금 체불을 정리하겠다”고 약속했다. 구체적으로 “골프장을 3천500억~4천억원 정도에 매각할 수 있을 것이다. 확보한 자금은 체불 임금 변제에 최우선으로 쓸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 “연구개발(R&D) 사업을 하는 성남 사옥도 매각하고, 멕시코 공장도 8~9개월 전부터 샤프·일렉트로닉스·마베 등 세 회사와 가격을 맞춰 매각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대유위니아그룹은 1년째 가전 3사 노동자 1천714명에게 600억원대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근로시간 개편 설문조사 11월17일까지 발표

산재 선보장 제도 논의는 첫발을 뗀다. 긴 역학조사 기간에 산재를 인정받지 못한 채 산재 피해 노동자가 숨지는 일을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는 데에 여야가 호응했다. 11월 중 공청회나 토론회를 열고 논의하기로 했다. 산재 선보장 제도란 국가가 재해조사 기간을 도과하고도 승인 여부를 결론 내리지 못하거나, 원인불명의 희귀질환이나 업무와 재해 사이 인과관계에 대한 의학·과학적 연구가 미흡한 경우에 국가가 근로복지사업의 일환으로 산재보험을 우선 적용하는 제도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이 12일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 동안 역학조사를 기다리다가 사망한 노동자만 111명”이라며 제도 도입을 주장했고, 여당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윤석열 정부는 일하다 다친 사람이 없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공감했다.

이번 국감에서 노동부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11월17일까지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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