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당정이 노조 조합원 절반 이상이 요구하거나 노조 내 횡령·배임 사건이 발생하면 노조 회계 공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정부와 여당은 13일 오전 국회에서 ‘노조회계 투명성 강화 민·당·정 협의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시급한 민생, 정책현안을 직접 챙기면서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민당정 회의 첫 과제가 노동조합의 투명성과 관련된 노동시장의 개혁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건폭’에 이어 ‘거대노조 괴롭힘’ ‘노조 간 노동 3권 침해행위’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윤석열 당정’의 노조 때리기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노조 회계 공시 ‘자율’에 맡기되
조합원 과반·노동부 장관 요구시 공시 의무화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민·당·정 협의회가 끝난 뒤 브리핑에서 “노조 회계 공시시스템을 만들어 규약과 조합원수, 결산 서류 등을 ‘자율적’으로 공시하도록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그런데 조합원수 2분의 1 이상이 노조에 요구하거나 횡령·배임 등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이 발생해 고용노동부 장관이 요구하는 경우 공시를 의무화한다. 성 의장은 “조합원 권익과 민주성 강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노조 회계 공시 의무화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인 ‘다트(DART)’처럼 노동조합 회계공시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본격화됐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회계감사를 6개월마다 한 번씩 하고 회계연도마다 결산 결과와 운영상황 공표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가 노조 회계를 들여다볼 권한은 없다. 노조는 법적으로 노동자의 자주적 결사체인 만큼 조합원에 의한 재정 감시와 통제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당정이 노조 회계 공시를 노조 자율에 맡긴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다만 조합원의 과반이 요구하는 경우 회계 공시를 의무화해 특정 노조에 대한 정부의 감시·권한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공시 절차는 연 1회 일정 기간 이내 노조가 직접 공시시스템에 입력하는 방식으로, 정부는 3분기 안에 공시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다.

회계감사원 자격과 선출에 대한 사항도 노조 규약에 명시하도록 관련 규정도 손본다. 자격을 ‘회계 관련 지식이나 경험 등 직업적 전문성을 가진 사람’으로 규정하면서, 일정 규모 이상은 공인회계사 자격을 요구하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회계감사원을 총회에서 조합원이 직접·비밀·무기명 투표로 선출하고, 임직원 겸직은 금지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조합원의 회계 서류 열람권을 강화하는 한편 회계 서류 보존 기간을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조합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하는 경우 회계감사를 실시하고 전체 조합원 총회에서 그 결과를 공개하도록 했다. 노조 회계 공시와 세제 혜택을 연계하는 방안은 관계부처 간 협의를 통해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노조 간 노동 3권 침해 금지”
노동계 “노조 굴복시키기 위한 행정력 남용”

이와 함께 당정은 이른바 ‘거대노조 괴롭힘 방지 방안’을 내놨다. 불법적 다단계 하도급으로 고용이 불안정하고 채용절차마저 불투명해 노조활동에 논란이 많은 건설노동계를 겨냥한 노조활동 제약 방안이다. 당정은 노조가 폭행·협박 등으로 노조 가입·탈퇴를 방해하거나, 다른 노조나 노동자의 정당한 노조활동이나 업무수행을 방해하는 행위, 조합원과 그 자녀 채용을 강요하거나, 부당한 금품 등을 요구하며 업무 제공을 거부·해태하는 행위, 위법한 단체협약 체결을 강요하거나 소속 조합원이 아닌 노동자에 대한 채용·임금 등 차별 강요를 불법행위로 규율하기로 했다. 위반시 징역이나 벌금 등 제재규정을 만들기로 했다. 폭행과 협박 행위는 지금도 형법으로 처벌이 가능한데 노조법을 개정해 이를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노동계는 이중, 삼중으로 노조활동 옥죄기가 될 것으로 우려한다. 이날 회의에 참가한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2011년 복수노조 허용 이후 노조 간 노동 3권 침해행위는 입법 사각지대였다”며 노조가 노동 3권 침해하고 있다는 논리를 폈다.

양대 노총은 반발했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논평에서 “정말 노조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면 당사자와의 충분한 대화와 협조가 우선”이라며 “애당초 목적 자체가 노조를 때려 굴복시키려는 의도에서 시작됐고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현행 법체계 안에서 노조는 회계와 관련한 민주적인 집행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 과정에 일부 잘못된 집행이 있다면 이는 법에 따라 처벌하면 될 문제이지 이를 두고 공시니, 뭐니 들이대는 것은 행정력 남용”이라고 논평했다.

연윤정, 김미영 기자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