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서비스일반노조 한국장학재단지회

민간위탁으로 운영하는 공공기관 콜센터 사업장 곳곳에서 이사장 혹은 사장 임기 만료를 이유로 정규직 전환 논의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콜센터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각 기관이 이사장·사장 공석을 핑계 삼아 논의 자체가 하염없이 표류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노동부 다시 검토하라고 주문했는데,
“신임 이사장 임명되면 논의하자?”

26일 서비스일반노조 한국장학재단지회(지회장 염희정)에 따르면 한국장학재단은 지난달 20일 고용노동부에서 콜센터 민간위탁을 유지하기로 한 타당성 검토를 다시 하라고 통보받은 뒤 현재까지 이렇다 할 검토 절차가 이행되지 않고 있다. 재단 관계자는 “수탁업체 노조와 회의를 한 차례 진행했고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민간위탁 정책추진방향’에 따라 재단은 내·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협의기구를 구성하고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등을 거쳐 검토 결과를 공공부문 비정규직 TF에 제출해야 한다.

지회는 지난달 26일 대구 동구 한국장학재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재단측 실무 담당자와 면담을 가졌다. 지회는 이 자리에서 “신임 이사장이 임명되면 본격적으로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들었다. 2018년 8월 4대 이사장으로 임명된 현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은 지난달 임기가 만료됐다. 염희정 지회장은 “8월 말에서 9월 초에는 새 이사장이 임명이 될 거라고 해서 기다렸는데 한 달이 넘도록 임명이 안 되고 있다”며 “재단은 ‘계획안을 준비 중에 있다’고 했지만 이를 공유받거나 노동자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는 없었다”고 말했다.

지회는 후임자가 인선되지 않아 이정우 이사장이 퇴임을 미루고 이사장직을 유지하는 만큼 정규직 전환 논의도 중단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회는 30일 이사장 면담을 요구하는 공문을 지난 23일 보낸 상태다. 지회는 이미 두 차례에 걸쳐 같은 공문을 보냈지만 면담은 성사되지 못했다.

재단은 2019년 12월 콜센터 업무를 민간위탁 방식으로 유지하기로 한 결정을 공공부문 비정규직 TF에 보고했다. 하지만 정규직 전환 여부를 결정하는 협의회가 열렸던 사실조차 몰랐던 지회는 지난 5월 수탁업체 노동자의 의견을 듣지 않은 절차적 문제를 제기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TF는 지난 7월 기존 민간위탁 유지 결정을 취소하고 절차적 흠결을 보완하도록 결정했다.

SH공사 5개월 넘게 사장 공석
노·사·전 협의체 구성조차 못해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콜센터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서울시가 공사에 콜센터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해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통보했는데도 9개월이 지나도록 정규직 전환의 첫발을 떼는 노·사·전문가 협의체 구성조차 못하고 있다. 공사가 신임 사장이 임명될 때까지 논의 절차를 미룬 탓이다.

노조 SH공사콜센터지회(지회장 채윤희)에 따르면 지회는 지난 6월4일 사측과 노·사·전 협의체 구성과 관련해 면담을 진행했지만 같은달 중순께 “신임 사장 취임 뒤에 협의기구를 구성하겠다”는 입장을 전달받았다. 김세용 전 SH공사 사장이 지난 4월 퇴임한 이후 지회와 정규직 전환 논의를 이어 오다 갑자기 입장을 바꾼 셈이다. SH공사 사장은 5개월 넘게 공석 상태다. 김현아 전 국민의힘 의원 낙마를 비롯해 두 차례 인선 작업이 논란만 낳은 채 무산되면서 콜센터 정규직 전환 논의도 진전이 없다.

채윤희 지회장은 “사장 임명 과정이 정치싸움으로 변질되면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상황”이라며 “직무대행은 권한이 없다며 사장 임명까지 기다리라고만 하는 건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채 지회장은 “백신휴가를 보장받지 못해 연차를 소진하거나 무급병가를 써야 한다”며 “정규직 전환 논의가 막히며 처우개선 요구도 적극적으로 하기 어렵다. 협력업체와 공사 간 계약기간이 12월 만료돼 고용불안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인 서울신용보증재단도 지난 20일 한종관 이사장 임기가 만료돼 엄창석 상임이사가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희망연대노조 관계자는 “SH공사 사례처럼 ‘논의가 어렵다’는 핑곗거리가 재단측에 하나 더 생긴 것”이라며 “올해 안으로 정규직 전환 논의와 합의가 가능할지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노조 서울신용보증재단고객센터지부는 지난 6일 협력업체와 재단측에 ‘저임금 대책, 정규직 전환 논의’를 위한 책임과 역할을 촉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지만 어떠한 답변도 받지 못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