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이 29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노동자 건강권 보호를 위해 현장 적용 가능한 실질적인 코로나19 방역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코로나19로 업무가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정부는 현장에 ‘조금만 더 참으라’고만 할 뿐이다.”

전호일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29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코로나19 노동자 건강권 보호 근본대책 수립 요구’ 기자회견에서 “공무원 노동자가 사명감과 인내심으로 버티는 상황은 이미 한계에 달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코로나19 방역업무에 투입된 일선 공무원들이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5월 부산에서 보건소 간호직 공무원이 숨졌다. 지난달 전남 담양에서는 방역업무를 맡은 공무원이 과로사했다. 전 위원장은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해 공무원 증원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보건의료 인력의 탈진도 가속화하고 있다. 파견 인력을 투입하는 땜질식 처방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선희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선별 검사·백신 접종·생활치료센터 파견에 투입된 의료인력 소진은 이미 만성화한 문제”라며 “의료현장에서는 파견 인력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방역업무 부담은 교육현장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이미선 학교비정규직노조 노동안전위원장은 “교육당국은 급식실 방역업무와 위생업무를 감당할 인력에 대한 대책은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돌봄전담사들은 ‘공짜 방역업무’에 내몰리고 있다. 송인경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강원지부장은 ‘돌봄 운영공간 수시 환기·소독, 방역물품 확보·비치’라는 방역지침 준수에 필요한 시간은 근무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비대면이 일상화하면서 업무 부담이 가중된 택배노동자들을 위한 대책도 절실하다. 최승묵 공공운수노조 민주우체국본부장은 “택배노동자가 목숨까지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지만 정부는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백화점에서 수많은 고객을 상대하는 노동자들은 코로나19에 떨고 있다. 하인주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 위원장은 “하루에 수천 명이 백화점을 다녀간다”며 “고객들은 잠시 들러 쇼핑하면 그만이지만 직원들은 코로나19에 감염될까 하루종일 불안하다”고 말했다.

민간요양원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들은 사흘에 한 번씩 진단검사를 받는다고 한다. 용역업체 소속 간병인은 백신접종에서도 차별받고 있다. 전덕규 공공운수노조 활동지원사지부 사무국장은 “민간시설에서 일한다고 차별받고 간접고용이라는 이유로 방역대책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있다”고 주장했다.

콜센터 노동자들은 재택근무도 여의치 않다. 염희정 서비스일반노조 한국장학재단콜센터지회장은 “업체가 노트북을 제공하지 않아 컴퓨터가 없는 상담사들은 재택근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김부겸 국무총리에게 직접 만나서 현장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양 위원장은 “코로나19와 산업전환, 폭염의 삼중고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절절한 목소리를 직접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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