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콜센터노조 실태조사 및 하반기 콜센터노조 공동행동 선포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건강보험 자격·보험료 부과·건강검진·의료급여·건강검진청구·장기요양 등 건강보험제도와 관련한 모든 상담을 맡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질병관리청의 1339 코로나19 상담은 물론 백신접종 예약 상담도 하고 있고요. 재난지원금을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지급하면서 이와 관련한 상담도 적지 않습니다. 하루 몇백 통의 전화를 받아내고 있습니다.”(강미현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공단고객센터지부 정책국장)

민주노총 콜센터 조합원, 하루 110건 통화
고용불안에 노조 만들어도 활동 어려워

민주노총 콜센터 노조들이 14일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개최한 공동투쟁 계획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실태증언이다.

콜센터 노동자들이 높은 노동강도와 저임금·고용불안에 노출돼 있다는 점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이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공식 통계와 실태조사는 2010년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서 발표한 ‘콜센터 산업실태조사 및 정책연구 보고서’가 마지막이다. 한국컨택센터산업협회를 포함한 업계는 콜센터 노동자를 20만~40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가 민주노총 의뢰로 조사·작성한 ‘민주노총 콜센터 노조 실태조사를 통해서 본 노동조합의 과제’에 따르면 콜센터 노동자의 하루 평균 통화는 110.3건이다. 전체 통화 시간은 4.4시간이다. 고객과 전화를 끊고 상담내용 입력이나 전산 처리 등을 하는 후처리 시간은 1콜당 82.1초, 하루 평균 1시간가량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에 가입한 43개 사업장 중 34개 사업장의 조합원 3천192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로 이날 간담회에서 발표했다.

업무평가가 성과와 승진에 반영된다고 응답한 사업장 비율은 83%다. 상담원 전화 통화를 관찰하거나 다른 고객 채널로 의견을 듣는 평가제도를 운용하는 사업장은 93%였다. 점심시간 등 기본적으로 부여되는 휴게시간 외 추가휴게시간을 주는 곳은 절반(50%)에 그쳤다. 콜센터 노동자의 월 평균임금은 213만9천692원이었다.

노조를 만들어도 활동이 쉽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단협체결 유무를 물었더니 “있다”는 답변은 52%에 그쳤다. 단협 체결 평균 기간은 1년으로 조사됐다.

노조활동이 어려운 이유는 대부분 콜센터가 외주화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1998년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이 제정·시행하면서 콜센터를 파견형태로 운영하는 사례가 증가했다. 파견노동자를 2년을 초과해 사용하면 직접고용하도록 한 법 조항은 ‘도급’ 형태로의 변화를 촉진했다. 노동자들은 소속 업체가 계속 변경되면서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그런데 원청의 업무를 이해해야 콜센터 노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원청 통제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노동조건도 원청이 사실상 좌우한다.

“우리 노동가치 폄하돼”
10월6일 청와대로 행진

간담회에 참석한 노조들은 간접고용 비정규직 신분과 성과등급제를 통해 콜센터 노동자의 임금을 낮추고 고용불안을 부추기고 있다며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장정은 희망연대노조 서울신용보증재단고객센터지부 사무국장은 “재단과 사측은 콜센터 업무가 언제든 대체가 쉬운 단순용역업무인 것으로 치부하며 콜센터 노동자의 노동가치를 폄하하고 있으며 이는 열악한 노동환경과 저임금 문제로 귀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채윤희 서비스일반노조 SH공사콜센터지회장은 “2019년부터 정규직 전환 투쟁을 했고, 서울시는 출연기관을 묶어 다산으로 전환하기로 결론 내렸지만 시장이 바뀐 뒤 모든 것이 중단됐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콜센터 노조들은 다음달 6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청와대로 행진한다. 원청이 직접고용하는 정규직으로의 전환, 성과등급제 폐지와 관련해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 같은달 20일 민주노총 총파업에도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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