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고 이선호씨 빈소를 방문했다. <청와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제정에도 최근 평택항과 현대중공업·현대제철에서 잇따라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권이 일제히 산재 사망사고를 줄일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정부가 준비 중인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에도 법 제정 취지가 제대로 반영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야 모두에서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 “국가시설서 일어난 사고 비상하게 대처해야”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오후 경기도 평택에 마련된 고 이선호씨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유족을 위로했다. 평택항에서 일하던 청년 하청노동자 이선호씨가 지난달 22일 300킬로그램 무게의 컨테이너에 깔려 숨졌다.

문 대통령은 “국가시설 안에서 일어난 사고인데 사전에 안전관리가 부족했을 뿐 아니라 사후조치도 미흡한 점들이 많았다”며 “노동자들이 안전에 대한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드렸는데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고를 계기로 산업안전을 더 살피고, 안전한 나라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번 고 이선호씨를 비롯한 잇단 노동자 산재 사망사고에 강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는 “후진적인 산재사고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며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유관부처와 TF를 구성해 강력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이날 오전 내부회의에서는 “이번 사고가 평택항이라는 공공영역에서 발생한 사고인 만큼 노동부뿐 아니라 해양수산부 등 관련 부처와 기관이 비상하게 대처해서 안전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고 이선호씨 빈소를 방문하면서 재차 분명한 시그널을 준 셈이다.

여당 17일 산재예방점검TF 발족
국민의힘 평택항 현장점검

문 대통령은 대선공약에서 산재사고를 절반으로 감축하겠다고 했지만 이행은 답보상태다. 당장 지난달만 해도 64명이 목숨을 잃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이날 발표한 4월 중대재해 분석 결과를 보면 66건의 재해가 발생해 사망자 64명, 부상 21명이 발생했다. 사망자 64명 중 25명이 하청노동자다. 사망자 중 7명은 이주노동자다.

건설업이 34곳(52%)으로 절반을 넘었고, 제조업 19곳(29%), 기타업종 13곳 순이었다. 떨어짐 24건(36%), 끼임 17건(26%), 맞음 6건(9%), 부딪힘 5건(8%), 깔림 3건(6%) 등이었다. 문 대통령이 지목한 “후진적인 산재사고” 그대로다.

정치권 움직임도 분주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송영길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지난 12일 평택항에서 현장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고현장을 직접 찾아 재발방지와 대책마련을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달 17일 김영배 최고위원을 단장으로 하는 산재예방점검TF를 발족할 예정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오후 평택항을 찾아 사고현장을 직접 점검하고, 이를 바탕으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내년 시행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을 입법 취지에 맞게 제대로 제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여전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완화”

산재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함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벌금형 하한’과 ‘양형특례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의원은 “회사와 경영책임자가 안전규제를 위반했을 때 규제를 지키는 데 들어가는 비용보다 더 비싼 벌금을 부과해야 산재 사망사고를 억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마련 중인 시행령에 대해서는 법 제정 취지에 맞게 제대로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야 모두에서 높다. 경총 등 6개 경제단체는 지난달 13일 경영책임자 정의 규정, 경영책임자 의무 완화, 원청 책임범위 제한 등을 시행령에 담아야 한다는 의견을 정부에 제출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재계가 요구하는 시행령 완화를 (동의)할 생각은 없다”며 “기업 오너의 의지와 인식이 변화해야 하는 만큼 근본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은미 의원은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제기되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주장에는 노동부와 정부가 강력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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