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하더라도 직업성 암과 과로사, 근골격계질환의 예방 효과는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노동부가 조만간 입법예고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에서 법 적용 대상인 직업성 질병 범위를 협소하게 설정했기 때문이다.

이번 주에 시행령안 입법예고
“직업성 질병은 급성중독만”

4일 <매일노동뉴스> 취재 결과 노동부는 이번 주 안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해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는 등의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사업주·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내용과 직업성 질병의 범위, 안전보건교육 절차·내용과 중대재해 발생사실 공표 방법·기준 등은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다. 노동부는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근 노사단체와 설명회를 열고 입법예고안을 설명했다.

모법은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하면 중대산업재해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준비된 시행령에는 직업성 질병 범위를 급성중독일 경우로만 한정하는 내용이 담긴다. 이렇게 되면 직업성 질병으로 인정받고 있는 진폐·난청·뇌심혈관계질환·근골격계질환은 제외된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등이 잇따르면서 뇌심혈관계질환 예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사회적 요구를 수용하지 않은 조치다.

제외된 질병 모두 사업장 업무강도와 설비 등 노동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사업주를 면책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앞서 지난 4월 한국경총 등 경제6단체는 시행령상 직업성 질병에 업무 중 사고와 유사한 화학물질 유츨 등에 의한 질병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사실상 재계 의견을 수용한 셈이다.

실효성 없는 안전보건경영인증 받으면
사업주 안전보건 조치 의무 이행?

중대재해처벌법에서는 사업주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과 이행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처벌하게 돼 있다. 시행령 입법예고안에는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가 의무적으로 조치해야 할 안전보건 확보 내용도 담길 예정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의 구체적인 내용을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 취재 결과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의무 수준을 현 안전보건경영인증시스템과 유사한 수준으로 잡아 놨다.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제도는 경영방침에 안전보건정책을 반영하고 전 직원이 참여하는 안전보건활동을 통해 선진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을 구축한 기업을 안전보건공단이 인증하는 제도다.

그런데 대우건설처럼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을 받아 놓고도 <매일노동뉴스>와 양대 노총, 시민사회단체가 선정하는 살인기업에 선정된 기업도 있다.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을 구축하다고 해서 실제 산재예방이나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사업주에게 중대재해 예방 의무를 강하게 부여하는 중대재해처벌법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조치라는 비판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권영국 변호사(해우법률사무소)는 “중대재해처벌법 모법에는 중대산업재해에 대해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이라고 명시돼 있는데, 정부는 ‘등’이라는 글자를 읽지 못하거나 해석하지 못하는 것이냐”며 “법 취지를 크게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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