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소희 기자

대형 유통회사인 GS리테일이 온라인 배송기사에게 불공정 계약을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에스에스지(SSG)닷컴·홈플러스에서도 유사한 불공정 계약서가 드러난 바 있어 업계 전반을 감독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12일 <매일노동뉴스>가 마트산업노조를 통해 ‘GS프레시몰 A센터 배송용역계약서’를 입수했다. 계약서에는 GS프레시몰의 배송용역업무를 맡은 ㄱ운송사와 배송기사 김선철(가명)씨가 맺은 계약 내용이 담겨 있다.

GS프레시몰은 GS25·랄라블라 등을 운영하는 유통기업 GS리테일의 온라인 식품 쇼핑몰 브랜드다. 수도권 안에 6개 온라인 배송센터를 두고 당일배송·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에게 빠르고 신선한 배송”을 목표로 전용 온라인 센터를 두고 있다.

파업과 단체행동이 부당노동행위?
운송사 “원청이 각서 양식 요구”

ㄱ사는 김씨와 “단체행동시 서면으로 예고 후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회사는 일체의 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내용의 배송용역계약서를 체결하고 별도로 확인서(각서)를 받았다. 각서에는 “배송기사가 운송사에 대해 불법행위나 부당노동행위(파업·태업·단체행동)로 피해를 주는 것은 계약해지 사유이며 가해행위를 한 것”이라며 “사측이 입은 물질적·정신적 피해에 대해 배상한다”고 명시돼 있다. 개인사업자·지입차주로 분류되는 배송기사가 노동법 보호를 받기 어려운 상황을 이용한 것이다.

GS리테일과 계약을 맺고 있는 한 운송사 관계자는 “계약에 포함된 각서의 내용은 원청사가 요구하는 양식이며 GS리테일의 다른 운송사 20여개도 동일한 계약을 맺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청사 입장에서는 원청의 요구를 따를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단체행동과 관련된 내용이 문제가 돼 다른 원청사에서 계약서 내용 수정을 협의하자고 제안해 왔다”며 “신세계그룹의 에스에스지닷컴이 그 사례”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근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기사의 불공정 계약과 관련한 문제가 떠오르자 에스에스지닷컴 관계자는 <매일노동뉴스>에 “운송사와 협의해 해당 내용을 수정 논의할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하지만 GS리테일쪽은 “운송사와 배송기사 간 계약을 맺은 건이므로 당사가 양자 간 계약 관련 내용에 언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것 같다”고 답변했다. 홈플러스 역시 유사한 답변을 내놓았다.

“노동권 사각지대 놓인 온라인 배송기사”

온라인 배송기사는 2012년 특수고용 노동자로 분류된 택배기사와 달리 아직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상 노동자로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배송 차량의 크기가 다를 뿐 ‘원청(마트)-하청(운송사)-노동자’로 계약을 맺고 일하는 구조는 택배노동자와 비슷하기 때문에 온라인 배송시장이 커지는 만큼 이들의 노동권도 시급히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해 9월 중앙노동위원회는 홈플러스 2개 운송사에 “마트노조 온라인배송지회의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라”며 온라인 배송기사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노동자라고 인정했다. 사측이 중노위 판정에 불복해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대형마트 배송노동자들도 과로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원청사뿐 아니라 운송사와 교섭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허영호 노조 조직국장은 “대형마트는 배송기사의 차량·배송업무에 관련된 모든 것을 관리·감독한다”며 “배송기사는 노동자임이 분명하지만 대형마트는 이들이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운송료와 배송 건수·휴무일까지 일방적으로 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허 국장은 “장시간 노동과 과도한 중량물, 저임금 문제로 고통받는 배송기사들이지만 노동 3권을 제약하는 부당한 계약으로 제대로 항의조차 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대형마트와 운송사는 배송기사가 노동자임을 인정하고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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