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트산업노조 온라인배송지회는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트 배송노동자에 대한 산재보험 적용을 촉구했다.<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 온라인 배송노동자가 지난 11일 출근 중 쓰러져 의식불명에 빠진 가운데 정부가 코로나19로 노동강도가 급격히 증가한 마트 배송노동자들에 대해 산재보험 적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택배기사와 비슷한 일 하는데 산재보험은 적용 제외

16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고용노동부는 마트 배송기사에 대해 산재보험 적용을 검토 중이다. 김규석 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특수고용직 (산재보험) 전속성 폐지와 함께 마트 배송기사에 대해서도 산재보험 적용을 논의 중이며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현재 마트 배송기사를 포함한 여러 직종에 대해 산재보험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이다. 다른 노동부 관계자는 “산재보험 적용 확대는 매년 검토하는 사항으로 올해도 진행 중”이라며 “다만 마트 배송기사에 대해서는 지난해부터 요구가 많았고, (정부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직종”이라고 말했다.

2012년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돼 산재보험이 당연적용되는 택배기사와 달리 대형마트 배송노동자들은 산재보험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다. 원청인 마트, 하청사인 운송사와 업무위탁계약을 맺고 일한다.

유통업계가 온라인 중심으로 변하면서 대형마트도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배송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지만 이들을 보호할 안전장치는 부족하다. 자영업자로 노동관계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산재사고나, 부당계약에 대해 사용자 책임을 묻기가 어렵다.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며 마트 배송노동자들의 노동강도도 높아져 산재 위험은 더욱 높아졌다.

서비스연맹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유통·물류산업 노동의 변화와 대응’ 보고서에는 대형마트(홈플러스·이마트·쓱닷컴) 배송기사 64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가 나와 있다. 응답자 중 95%는 “코로나19 이후 배송물량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이들은 코로나19 이전보다 하루 평균 1.9시간을 더 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건강이 악화됐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50.8%가 “다소 악화됐다”고, 15.3%가 “매우 악화됐다”고 응답했다.

“11일 쓰러진 홈플러스 배송기사, 과로 추정”

마트 배송노동자들은 원·하청에게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묻기 어려운 현실에서 산재보험이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마트산업노조 온라인배송지회(지회장 이수암)는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마트 배송노동자에게 산재보험을 적용하라고 촉구했다.

산재 의심사고는 잇따르고 있다. 11일 홈플러스 강서점 온라인 배송기사로 2년째 일한 40대 A씨가 출근 중 뇌출혈로 쓰러져 중태에 빠졌다. 노조는 A씨가 과로로 쓰러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허영호 노조 조직국장은 “A씨 가족은 의사로부터 ‘과로나 스트레스가 원인일 것’이라는 말을 들었고, A씨가 최근 가족에게도 ‘일이 많이 힘들다’고 호소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A씨는 지난해 건강검진 결과에서도 특별한 기저질환이 발견되지 않았다.

A씨 동료인 B씨가 이날 편지를 통해 밝힌 내용에 따르면, 점포가 3월부터 휴무제를 변경해 평일 운행 차량이 줄어 배송노동자의 노동강도가 더 높아졌다. 4월부터는 주변 점포 영향으로 배송권역도 넓어졌다. B씨는 “형이 내색하던 사람이 아닌데 최근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며 “3·4월 근무환경이 변해도 우리는 직전에 통보만 받았고, 계약해지를 당할까 봐 거부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A씨의 산재보험 가입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매일노동뉴스>는 A씨와 계약을 맺고 일한 운송사 ㈜이편한물류 담당자에게 메시지를 남겼으나 회신받지 못했다.

이수암 지회장은 “노동자가 허리가 나가고 골절돼도 우리가 마트 직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산재보험은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온라인 배송기사들이 하루빨리 사회안전망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해당 배송기사는 9일 휴무, 10일 19:45분 배송을 종료하고 다음날 아침 쓰러진 뒤 병원에 이송돼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다”며 “‘과로로 인한 의식불명’을 주제로 기자회견을 연 노조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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