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이 용역업체 계약해지에 따른 집단해고에 맞서 농성에 돌입한 지 6일로 22일째를 맞았지만 좀처럼 사태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10년 전 홍익대 청소·경비·시설 노동자들이 집단해고를 당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용역업체 변경 과정에서 하청노동자가 거리로 내몰리는 일이 반복되는 모습이다. 이들의 고용을 보장하고 노동조건을 보호할 수 있는 법 제정이 필요해 보인다.

현행 노동관계법에서 간접고용 노동자의 고용보장을 의무화한 규정은 없다. 정부가 ‘사내하도급 근로자 고용안정 및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과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을 두고 있지만 강제성이 없다. 사내하도급 가이드라인은 지난해 11월 개정됐지만 “사내하도급 근로자에 대한 고용·근로조건이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문구는 같다. 용역근로자 지침은 적용 대상을 일반용역 중 청소·경비·시설물관리 등 단순노무용역 및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용역으로 한정하고 있다.

다만 상법상 영업양도 개념을 적용해 근로관계가 원칙적으로 승계된다는 판례가 확립돼 있다. 대법원은 “영업이 포괄적으로 양도되면 양도인과 근로자 간에 체결된 고용계약도 양수인에게 승계된다”고 판시했다. 문제는 영업을 양도하는 업체와 양수하는 업체 간 ‘계약이 존재해야’ 이 판례 법리가 적용된다는 점이다. 용역업체 변경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통상 원청의 계약종료 등으로 업체가 변경되는 것이지, 기존 용역업체와 새 용역업체 간 계약체결을 통해 업체가 교체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조경배 순천향대 교수(법학과)는 “영업양도 법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상법적 접근이 아닌 노동법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유럽에서는 사업주가 바뀌더라도 사업체가 동일성을 유지하고 있다면 근로관계를 포괄적으로 승계한다”고 말했다. 유럽연합은 관련 내용을 담은 ‘사업이전지침’을 1977년 제정했다. 이는 유럽연합 개별 국가에 구속력을 갖는 입법지침이다.

고용승계뿐만 아니라 노동조건과 단체협약 승계도 쟁점이 된다. 만약 A회사가 B용역업체와 도급계약을 맺고 업무를 시키다 계약을 해지한 뒤 도급업무를 새로운 C·D·E사로 각각 쪼개서 계약을 맺게 된다고 가정해 보자. B업체 노동자들은 C·D·E사로 나뉘어 고용승계가 이뤄질 수는 있지만 임금 등 처우는 종전과 달라질 수 있고 노조가 체결한 단체협약도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근로기준법 개정이 아닌 노동조건을 포괄적으로 승계하는 법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박은정 인제대 교수(법학과)는 “근로기준법 23조1항을 보완하는 형식으로 접근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며 “분할과 합병, 영업양도 각각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용역업체 변경을 포함해) 기업변동시 고용안정·근로조건을 보장하는 체계적인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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