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년 홍익대 용역 입찰 포기로 고용승계 과정에서 마찰을 빚었던 청소업체가 기간제 청소노동자와의 근로계약을 일방적으로 종료했다가 최근 해고자들이 낸 해고무효 소송에서 패소했다. <매일노동뉴스 자료사진>

10년 전 홍익대 용역 입찰 포기로 고용승계 과정에서 마찰을 빚었던 청소업체가 기간제 청소노동자의 근로계약을 일방적으로 종료했다가 최근 해고자들이 낸 해고무효 소송에서 패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청소업체인 ‘아이비에스인더스트리’는 2011년 홍익대의 미화·보안·시설용역 입찰을 포기해 비정규직 170여명을 집단해고했다가 노동자들의 농성 끝에 고용승계에 합의한 기업이다. 당시 홍익대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49일간 농성을 했다.

장기간 근무했는데 갑자기 계약 종료
사측 “청소노동자 근태 불량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재판장 김명수 부장판사)는 지난 12일 청소노동자 A씨 등 4명이 아이비에스인더스트리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확인 및 임금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A씨 등은 아이비에스인더스트리가 빌딩 관리업체 B사에서 위탁받은 서울 강남구의 한 빌딩에서 청소미화 업무를 수행했다. 이들은 회사와 근로계약기간을 1년으로 정하고 매년 계약을 갱신했다. 그런데 회사는 지난해 8월11일 A씨 등에게 재계약 거절 의사를 전달하고 같은달 22일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당시 사측은 빌딩의 청소노동자 51명 중 10여명에 대해서만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했다.

이에 A씨 등은 “단기 근로계약을 장기간에 걸쳐 반복해 갱신해 왔기 때문에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있다”며 지난해 8월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회사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한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반면 사측은 청소노동자들의 근무태도 등을 문제 삼으며 계약 종료가 타당하다고 반박했다. 회사는 “계약기간 설정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다”며 “A씨 등이 근무지 이탈을 하거나 음주를 하고 상급자에게 욕설과 폭언을 하는 등 근무태도가 좋지 않았던 점 등에 비춰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할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법원 “근로계약 갱신 기대권 인정돼, 부당해고 마찬가지”

법원은 청소노동자를 기간제 노동자라고 보면서도 회사의 근로계약 갱신 거절은 무효라며 A씨 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들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데도 회사가 합리적 이유 없이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한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회사에는 A씨 등에게 계약 종료 시점부터 복직하는 날까지 임금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재판부는 “빌딩을 관리하는 용역업체는 여러 차례 변경됐는데, 청소노동자들은 새로운 용역업체로 고용이 승계돼 장기간 근무했다”며 “A씨 등은 기존 근로관행상 회사와의 근로계약도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갱신될 것이라고 신뢰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회사의 근로계약 갱신 거절에도 합리적 이유가 없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회사는 용역계약을 맺은 B사가 계약을 종료한 시점이 A씨 등과 근로계약이 끝나기 전이라고 주장하지만, 용역계약은 1년간 자동 연장됐고 2020년 9월1일에야 중도에 해지한 것”이라며 “회사는 A씨 등 10명의 노동자에 대해서만 계약 갱신을 거절하고 나머지 노동자들과는 종전처럼 근로관계를 유지했다”고 지적했다.

A씨 등이 근태가 불량했다는 사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사측이 낸 증거만으로는) 근로계약 갱신 거절이 사회통념에 비춰 볼 때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공정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A씨 등의 근무태도가 불량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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