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가 지난 8일 울산 중구 동강병원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양실 조리원 집단해고 철회를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
▲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가 지난 8일 울산 중구 동강병원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양실 조리원 집단해고 철회를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

 

새해 첫날 해고된 울산 동강병원 영양실 조리노동자들이 병원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많게는 30년간 직원들과 환자들의 식사를 담당해 온 조리원 20여명은 병원이 하청업체를 바꾸면서 고용승계가 되지 않고 일자리를 잃었다.

동강병원이 1994년 급식 조리업무를 외주화한 뒤 조리원들이 하청업체 변경을 이유로 고용 승계가 되지 않은 것은 처음이다. 동강병원의 새로운 하청업체인 동원홈푸드는 새로운 직원들을 채용했다. 해고된 노동자들은 노조설립이 고용승계가 되지 않은 이유라고 의심하고 있다. 조리원들은 노조를 만들어 지난해 7월 보건의료노조에 가입했다.

“영양사와 대화하고 싶어
노조 만든 게 잘못인가”

동강병원에서 14년간 조리원으로 일했던 최귀혜(51)씨는 올해 첫날을 병원 내 노조 사무실에서 맞았다. 최씨와 동료들은 사무실에서 먹고 자면서 일자리를 잃은 자신들의 상황을 병원 직원과 환자들에게 알리고 있다. 거리에서도 기자회견과 피켓팅을 하고 있다. 최씨는 “94년 조리업무가 외주화한 이후 CJ·신세계 같은 대기업과 지역 업체들이 이곳을 거쳤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영양사들과 제대로 된 대화를 해 보고 싶어 만든 노조 때문에 이러는 것 같다”고 밝혔다.

조리원들이 노조를 만든 이유는 병원 영양사와의 갈등 때문이다. ‘검식상’ 때문에 갈등이 깊었다. 동강병원 영양실 조리원들은 환자에게 음식이 나가기 전 영양사에게 줄 ‘검식상’을 차린다. 영양사는 검식상을 맛보고 환자에게 낼 수 있는 음식인지를 판단한다. 환자에게 나갈 수 없다고 영양사가 판단하면 조리원들은 음식을 모두 버리고 새로 만들어야 한다. 최소 30분이 더 소요된다. 이 때문에 조리원들은 늦게 퇴근하는 경우가 많다. 병원측은 이를 “조리원 실수”라며 추가근무로 인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조리원들에게만 엄격하게 적용되는 위생수칙도 이들의 불만을 키웠다. 조리원들은 모두 식품안전관리 인증기준(HACCP)에 따라 조리실 내에서 위생복과 위생모·위생화·위생장갑을 착용해야 한다. 영양사 역시 위생가운과 위생모·위생화 등을 착용해야 한다. 최씨는 “영양사들은 종종 위생장갑과 가운·위생화를 안 신고 조리실에 들어왔다”며 “이런 것들도 지적하지 못하고 영양사에게 눌려 있어 영양사와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를 해 보고 싶어 노조를 조직했는데 이게 잘못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리업무 재하청으로 음식 질 떨어져”

현재 동강병원에서 조리원으로 일하는 이들은 동원홈푸드에서 재하청을 준 아람인테크 노동자다. 최씨는 “상여금 등도 받지 않고 최저임금으로 최대 30년간 일해 온 우리와 1일·1주일 단위로 일하는 그들 중 누가 더 일을 잘하겠느냐”며 “우리를 해고하면 환자에게 전달되는 음식 질도 떨어지고 음식 전달 속도도 늦어져 병원으로서도 손해”라고 주장했다.

동강병원은 지난 5일 노동자들에게 동원홈푸드와 대화를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하청업체 일이기 때문에 병원측이 강제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는 지난 8일 울산 중구 동강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로 온 국민이 힘든 시기에 고용만은 안정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해고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고용이 승계될 때까지 계속해서 기자회견과 시위 등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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