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노조 전기분과위원회가 16일 오전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는 국회 앞에서 직접활선작업 완전 폐지와 한국전력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최근 강원도지역 한국전력 발주 배전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A씨가 감전사고로 두 팔을 잃었다. 엄인수 건설노조 강원전기원지부장은 사고 경위와 전기를 끊지 않고 작업하는 직접활선 공법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 한전사업소를 찾았다가 어이없는 일을 겪었다. 사업소에 걸린 ‘무재해 기록판’이 무재해 2천600일 달성을 알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배전작업을 하던 노동자의 두 팔이 절단됐는데 어떻게 무재해냐”고 묻자 억장이 무너지는 답변이 돌아왔다. “무재해 기록판은 한전 직원의 재해를 기록하는 것이지 협력업체 사고를 기록하지는 않는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분석한 최근 10년간 전기원 산재사고자 현황을 보면 한전 직원은 38명인 데 반해 하청업체 사고자는 1천529명이나 된다. 한전 발주 배전공사 현장에서 일어난 사고임에도 한전은 "우리 직원이 아니다"는 이유로 산재 통계조차 집계하지 않는다.

직접활선 공법에 1년에 4~6명씩 목숨 잃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한국전력 국정감사가 열린 16일 오전 건설노조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송전탑·전봇대에 올라 작업할 때 전기를 끊지 않는 '직접활선 공법' 폐지를 요구했다.

노조는 “노동자들은 팔·다리 잘려가며 대한민국의 불을 밝히고 있지만 공기업 한전은 한전 마크가 새겨진 작업복을 입고 일하는 하청노동자들의 사고를 외면하고 있다”며 “2만2천900볼트 고압을 직접 손으로 다루는 직접활선 공법을 즉각 폐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석원희 노조 전기분과위원장은 “배전현장에서 일하는 사람 중에 동료가 떨어져 죽고 고압에 감전돼 불타는 모습을 보지 않은 사람이 한 명도 없다”며 “직접활선 공법 폐지를 요구한 지난 30년 동안 우리에게 남은 건 팔다리가 잘려 나간 동료와 죽어 간 동료들의 무덤뿐”이라고 외쳤다. 석 위원장은 이날 한전 국감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전기노동자들의 작업환경과 직접활선 공법의 문제점을 설명했다. 그는 “한전은 자사 정직원이 1년에 20명 이상 팔다리가 잘리고 4~5명이 죽는다면 직접활선 공법을 했겠느냐”고 반문한 뒤 “지금 당장 직접활선 공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2016년 직접활선 폐지하겠다더니 현장은 '그대로'

이날 국감에 증인으로 나온 김종갑 한전 사장은 직접활선 공법 폐지를 약속하고 "간접활선 공법을 빠른 시일 안에 개발하겠다"고 약속했다.

한전은 직접활선 공법에 따른 사망·부상 사고가 잇따르자 2016년 6월 직접활선 공법 폐지 방침을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아직도 직접활선 공법이 사용되고 있다. 한전은 일부 공정에 스마트스틱 같은 간접활선 공법을 개발·도입했다. 그런데 스마트스틱이 무거운 데다, 작업자 체력부담이 커서 “현장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에 휩싸여 있다.

어기구 의원은 “가정에서 쓰는 220볼트 전기의 100배에 달하는 전압을 다루는 전기노동자들이 감전사고를 당하고 있다”며 “한전은 직접활선 공법을 폐지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김종갑 사장은 “2016년부터 직접활선이 아닌 간접활선 공법으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스마트스틱이 너무 무겁고 작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해서 간접활선 공법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능한 빨리 직접활선 공법을 폐지하라”는 어 의원의 질타에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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