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 20년이 넘는 전기노동자조차 인력부족과 작업 속도전에 2만2천900볼트 전기에 감전되고 팔다리가 잘리는 현실에서 기능공 감축이 더 큰 사고를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기노동자들은 “위험은 외주화되고 부족한 인력과 작업 속도전에 안전이 도외시되고 있다”며 “한국전력의 배전예산에 따라 전기노동자들은 고용마저 위태로운 상황에 놓였다”고 호소한다. 전기노동자들은 18일 원청인 한국전력에 "죽음의 외주화 중단"과 "배전예산 확충"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선다.
“손가락 한두 개 잘리면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
15일 건설노조에 따르면 한국전력이 올해 배전운영 예산을 지난해 대비 15% 축소한 1조2천억원으로 책정했다. 협력업체들은 이를 이유로 인력감축에 들어갔다. 노조는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고 김용균씨 분향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전의 죽음의 외주화 문제를 지적했다.
한전은 협력업체 500여개에 배전공사를 맡긴다. 업체당 전기노동자 10여명이 일한다. 이정열 건설노조 대전충청전기지부장은 “한전이 예산축소 입장을 밝혔지만 아직 현장에 반영되지 않았는데 협력업체들이 이를 핑계로 인력감축에 들어갔다”며 “10일 대전에서만 13명의 전기노동자가 해고됐다”고 전했다. 대전지역 전기노동자들은 해고에 반발해 14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한전의 배전운영 예산삭감은 협력업체 인력감축과 노동강도 강화·안전사고 증가로 이어진다. 노조 집계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19명의 전기노동자가 목숨을 잃고 19명이 절단사고를 당했다. 한전이 2009년부터 10년간 공식 파악한 산재사고는 협력업체 전기노동자 1천529건, 한전 정규직 38건이다.
이정열 지부장은 “2005년 선로개폐기 폭발로 얼굴과 몸에 불이 붙었다”며 “다행히 화기를 마시지 않아 살았지만 왼쪽 눈 시력과 왼쪽 귀 청력을 잃었다”고 말했다. 그는 “할 수 있는 것이 이 일밖에 없어 1년8개월간 병원 신세를 진 뒤 현장에 돌아왔다”며 “한전 배전운영 예산삭감에 따른 인력감축으로 부당해고는 물론 감전되고 팔다리가 잘리는 사고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실제 대전지역 전기노동자 A씨는 최근 감전사고로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절단했다. 이 지부장은 “매년 팔다리가 잘리는 동료를 봐야 하는 전기노동자들은 손가락 한두 개 잘리는 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사지가 멀쩡하다는 것 자체만으로 동료들에게 창피하다”고 말했다.
한전 “반기별 실적평가로 전기노동자 인원조정”
한전은 올해 협력업체 업무처리기준을 변경해 “반기별로 공사실적이 추정도급액보다 미달돼 상근 보유인원 조정을 요청할 경우 해당 사업소장 책임하에 추정도급액에 해당하는 인원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문구를 삽입했다.
전기노동자들은 “반기별 평가는 계절성을 반영할 수 없는 데다 전년 실적이 부진해 상근 보유인원을 줄여도 다음 연도 공사실적이 늘어나는 경우를 배제할 수 없다”며 “계약기간 내 보유인원을 축소하는 것은 보유인원 제도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훼손할 뿐”이라고 반발한다.
노조는 “현장에는 일할 수 없는 인원이 보유인원에 포함된 경우가 다반사인데 한전은 이에 대한 관리·감독을 하지 않고 있다”며 “보유인원 조정 조항을 폐지하고 일할 능력이 없는 보유인원에 대한 관리·감독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인호 노조 전기분과위원장은 “한전의 배전운영 예산삭감과 반기별 평가는 전기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 뿐”이라며 “전기노동자들은 이대로 죽을 수 없다는 각오로 파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전국에서 일하는 전기노동자 4천여명은 18일 파업을 하고 전남 나주 한전 본사 앞에서 “위험의 외주화 중단”과 “배전예산 확충”을 요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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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은 민간자본으로 공공재를 대체할 뿐이고, 대체된 부분의 의미는 근로자의 일자리가 줄어들게 됩니다. 노조위원은 손해볼께 없죠. 왜? 그 자신이 태양광사업에 관여하니까.
손해는 평범한 근로자가 짊어 지는 구조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