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소장이 와서 '(크레인을) 더 숙이라'고 해서 무리하게 작업하다 사고가 났다."

지난해 10월 경기도 평택 이충동 수도권고속전철(KTX) 수서~평택 간 제7공구 포스코건설 터널구조물 공사현장에서 전도된 크레인 소유주인 A씨가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조사에서 진술한 내용이다. 당시 크레인이 앞으로 거꾸러지면서 고장 나는 바람에 A씨는 106일 동안 일을 하지 못했다. 크레인 수리비용으로만 8천715만원, 휠 교체비용 300만원, 106일 운휴비용(1일 임대료 130만원) 1억3천780만원, 운전사 급여·병원비 600만원, 사고견적을 내기 위한 크레인업체 출장견적비 200만원 등 총 2억3천595만원이 들었다. 포스코는 크레인 수리비 등 2억4천만원 지급 합의서에 서명했다. 그런데 7개월 뒤 이 사건은 "노조가 떼법을 써서 2억4천만원을 갈취한 사건"으로 둔갑했다.

경기남부경찰성 지능범죄수사대는 ○○노총 ○○지회장 B씨를 비롯한 7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공갈)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은 B씨 등이 A씨 소유의 크레인이 운전원 과실로 전도됐는데도 책임을 건설사에 전가해 2억4천만원을 갈취했다고 주장했다. ○○으로 표시된 곳은 민주노총 건설노조다.

이날 경찰 발표 후 건설노조는 성명을 내고 "경찰이 노조를 돈에 눈이 멀어 떼쓰는 조직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노조는 "현장소장의 강압에 의해 무리한 작업을 하다 난 사고였다"며 "그래서 사업주 과실을 따져 물은 것이고, 사업주가 책임을 회피하려 했기 때문에 노조가 집회를 열어 요구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교섭을 요구하거나 집회를 하지 않으면 건설업체 관계자들을 만날 수 없는 상황을 보지도 않고 '떼법'이라고 매도했다는 것이다.

경찰이 B씨가 건설사로부터 협박해 갈취한 것으로 표현한 2억4천만원에 대해서도 "총 수리비·운휴비용·병원비 등으로만 2억3천595만원이 나왔다"며 "얼토당토않은 금액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노조는 다만 B씨가 A씨에게 지회 발전기금 명목으로 1천만원을 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잘못된 일"이라고 인정했다. 노조 관계자는 "B씨가 발전기금 명목으로 돈을 받긴 했지만 지회 운영을 불투명하게 한 것은 사실"이라며 "B씨에 대한 징계절차를 밟고 있던 중 B씨가 5월13일 스스로 노조를 탈퇴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경찰청이 5월1일부터 건설노조 관련 사건만 집중적으로 캐고 있다"며 "이번 발표도 노조활동을 떼법으로 몰고 가려는 건설노조 탄압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