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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산·밀양공단 노동자 납중독 '수박 겉 핥기 조사'가 병 키웠나노동부 근로감독 하고도 과태료만 부과 … 피해자 조사 한 번도 안 해
   
▲ 부산 녹산공단 ㅅ금속 공장 내부. 부산·울산·경남권역 노동자건강권대책위

경남지역 한 주물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납중독 판정을 받았는데도 고용노동부가 근로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아 병을 키웠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근로감독은 납중독 판정 1년이 지나고 나서야 실시됐다. 재해자 면담 없이 안전보건 교육 미실시 등을 이유로 시정명령과 과태료만 부과됐다.

노동계는 “노동부가 제대로 된 조치만 취했어도 노동자가 인지장애를 겪는 상황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한다. 최근 노동부는 납중독 직업병 확진 2년여 만에 해당 사업장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안전교육 미실시 과태료 부과로 끝?

“제가 잘못한 게 있으면 책임지겠습니다.”

“이미 인지장애까지 발생한 상황에서 어떻게 책임을 지겠다는 건가요? 그때 조치만 제대로 취했어도 인지장애까지 오지 않았을 수도 있어요.”

부산·울산·경남권역 노동자건강권대책위원회와 노동부 부산지방고용노동청 면담이 이뤄진 지난 12일 오후 부산노동청 대회의실. 이은주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활동가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다. 경남지역 ㅅ금속 주물공장에서 일하다 납에 중독된 정경화(61)씨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15일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이날 면담 녹취록에 따르면 노동부는 정씨가 납중독 판정을 받은 지 1년 만에 실시한 정기근로감독에서 재해자 면담은커녕 부서이전이나 추적검사 같은 사업주 말만 들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씨가 납에 중독된 사실은 2015년 대한산업보건협회 특별건강검진에서 확인됐다. 그해 작업환경측정 결과 사업장 유해요인이 확인되자 협회가 특별검진에 들어갔다. 정씨의 혈중 납 농도는 61.1㎍/㎗로 조사됐다. 정상 수치는 29.9㎍/㎗ 이하다.

협회는 직업병 유소견 D1(납중독) 확진 판정을 내렸다. 또 보호구 착용과 작업자 배치전환, 추적검사 조치를

내렸다. 그는 3년 전부터 손톱에서 피가 나고 발톱에 진물이 났다. 수면장애·관절통·어지러움·구토 등이 있는가 하면 밥맛이 없어지고 인지능력이 떨어졌다. 정씨는 해당 사업장에서 16년간 동·납·주석·아연을 1천350도로 녹여 합금을 한 뒤 틀에 붓는 작업을 했다. 정씨는 영문도 모른 채 두 달에 한 번 협회에서 검사를 받다 의사로부터 납중독 사실을 전해 들었다.

노동부는 지난 2016년 12월에야 근로감독을 했지만 피해자 조사나 해당 공정에 대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안전보건 교육 미실시 등에 대해서만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 노동계가 협회 납중독 판정에도 노동부가 근로감독을 똑바로 하지 않아 정씨 병을 키웠다고 반발하는 이유다.

“영세사업장 허술한 관리·감독 드러나”

ㅅ금속에 대한 근로감독을 한 근로감독관 A씨는 12일 면담에서 “주물작업임에도 (안전 관련) 특별교육을 하지 않아 시정명령과 과태료를 부과했다”며 “D1(납중독)에 대한 관리와 관련해 큰 규모의 사업장이 아님에도 의외로 추적관리를 잘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가 혼자 이동이 어려워 관리자가 함께 병원에 간다고 하더라”며 “기록을 확인했고, 현장에서도 이미 작업자 배치전환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대책위는 이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사업주가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해 취해야 하는 조치에 대한 감독은 전혀 없었다”며 “피해 당사자를 만나지도 않았다”고 질타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재해자에 대해 한 번이라도 면담조사를 했다면 상황이 이렇게 심각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재해조사를 하면서 범죄자 이야기만 들은 셈”이라고 비판했다.

협회가 특별건강검진에서 부서이전과 추적검사를 주문했지만 정씨는 계속 주물공정에서 일했다. 의사가 사업장에 연락해 부서이전을 권고한 후에야 다른 공정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마저도 일주일이 전부였다.

해당 업체는 지난해 5월 회사를 부산 녹산공단에서 밀양공단으로 옮겼다. 정씨는 이곳에서도 주물공정에서 일했다. 몸이 계속 아팠던 정씨는 대책위 도움을 받아 지난해 11월17일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요양을 신청했다. 확진판정 2년이 흐른 지난해 12월이 돼서야 다른 부서로 전환배치됐다.

정씨의 납중독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자 노동부는 뒤늦게 사업장 실태조사에 들어갔다. 이달 5일 노동부는 “안전보건공단을 통해 작업환경측정 신뢰성평가를 실시했다”며 “사업주에게 생산직 노동자에 대한 임시건강진단 실시를 명령한 상태”라고 밝혔다. 신뢰성평가 결과는 1월 말이나 2월 초에 나올 전망이다.

이은주씨는 “노동부는 밀양공장에서 주물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조사에서 배제했지만 노동자들에 따르면 밀양에서도 작업은 계속됐다”고 비판했다. 이씨는 "정씨와 함께 일하던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도 검진에서 위험한 상황이라는 소견이 나왔지만 이미 본국으로 귀국한 상태"라며 "피해자는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소규모 영세사업장 주물공정에 대한 정부기관의 관리·감독체계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알 수 있다”며 “노동부는 납중독 직업병이 발병하기까지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부분을 책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책위는 △사업장에 대한 작업환경측정 결과와 공정안전보고서, 유해·위험방지 계획서 공개 △이주노동자 추적조사 △밀양공장 주물작업 은폐 의혹 조사 △노동부 내부감사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은영  ley1419@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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