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에서 그 어떤 것도 노동자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될 수 없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일 산업안전보건의 날 기념식에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위험의 외주화가 절대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는 다짐도 했다. 고용노동부는 곧 원청과 발주자 책임을 강화하고 대형사고가 나면 국민조사위원회를 구성하는 내용의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현장 노동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었다.

안전문화 확산의 마중물 돼야
김명환 전국우정노조 위원장

김명환 전국우정노조 위원장

최근 있었던 제50회 산업안전보건의 날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의 최우선 가치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며, 그 어떤 것도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제도는 물론 관행까지 바꿀 수 있는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찾는다고 했다. 원청·발주자의 책임과 파견·용역 노동자 보호 강화, 사고 사업장 안전 확보 때까지 모든 작업 중지, 현장 근로자 의견 청취를 비롯해 대형 사고의 경우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조사위원회 구성도 제안했다.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안전을 피부로 느낄 때까지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말이다.

1981년 산업안전보건법 제정 이후에도 우리는 인재(人災)에 해당하는 사고를 너무나도 많이 봐 왔다. 안전보다 개발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 분위기에 사전적 관점의 예방은 거의 전무했고, 사후적 관점의 대응 또한 피재자와 피재자의 가족들을 보호하기에는 부족했다. 이런 관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밝힌 정부의 노동자 생명·안전 우선 정책은 크게 환영할 만하다. 다만 이번 정부의 정책이 국민들의 안전의식 강화와 맞물리지 않는다면 기존 정부에서와 같이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아무쪼록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안전 강화’ 메시지가 그동안 부족했던 안전문화 확산에 제대로 된 마중물 역할을 하고, 현업에서 늘 사고의 위험과 마주하는 우리 우정 종사원들에게도 안전한 일터문화가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통신노동자 안전보장, 정규직화하고 임금체계 바꾸자
제유곤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 수석부지부장

제유곤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

수석부지부장

우리는 고객의 댁에 인터넷을 설치하기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전신주를 오르내린다. 위험한 옥상 및 난간, 지하에서도 작업을 한다. 이런 환경 속에서 일하면서 올해만 해도 10건의 크고 작은 산재가 발생했다.

산재가 한번 발생하면 뼈가 부러지기도 하고 심하게는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하지만 LG유플러스는 노동자가 일하고 있는 센터를 모두 하도급 업체로 운영하고 있다. 길면 1년 짧으면 6개월, 3개월 계약을 하는 영세한 센터의 노동자들은 산재처리 자체를 받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최근 개인도급 기사들이 거의 정규직화되면서 노조가 있는 센터에서는 산재를 적용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노조가 없는 센터는 정규직화가 제대로 시행 됐는지 조차 확인 할 방법이 없고 산재가 일어나도 이를 확인할 방법조차 없다. 회사가 이를 책임지지 않으리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 가운데 센터는 더 많은 이윤을 위해 기사들의 안전은 외면하고 더 빨리, 더 많이 일하기만을 강요하고 있다.

기사들 또한 마찬가지다.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에 실적급으로 급여를 받는 기사들은 짧은 시간에 많은 건을 해결해야 먹고살 수있다. 이런 상황에서 안전한 작업은 언감생심이다. 그러다 보면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사들을 원청이 직접고용 함으로써 산재에 대한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실적급 위주의 임금체계를 개편해 적정시간에 적정한 업무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대통령 뜻 집행 위한 노동부 의지가 관건
박세민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

박세민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환영한다. 노동계가 오랫동안 주장해 온 내용들이다. 문제는 실현의지다.

조선소에서 발생하는 하청노동자 산재 문제는 원청에게 안전책임만 부과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조선소 원청은 도급비를 삭감하는 방식으로 하청업체를 착취해 이윤을 확대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하청노동자들은 기본적 안전조치를 할 여지도 없이 위험작업에 몰리고 산재에 노출된다. 노동에 대한 적정한 대가를 보장하는 대책이 절실한 이유다. 다단계 하도급을 근절하지 않으면 조선소와 같은 현장에서 하청노동자의 안전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원청의 책임강화는 정부 의지에 크게 좌우된다. 이미 고용노동부가 마음만 먹으면 산업안전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다양한 조치가 가능하다. 산업안전보건법에도 이미 도급업체가 산안법을 위반했을 때 원청이 책임지도록 하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시행이 안 돼 문제인 것이다.

현행 제도 속에도 안전 확보를 위해 작업자의 의견을 들을 수 있게 돼 있다. 위험성평가를 사업주가 주도하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 보니, 사고원인이 대부분 ‘작업자 부주의’로 결정되고 있다. 노동자를 참여시켜도 되고, 안 시켜도 되는 위험성평가제를 개선하는 방식을 검토해 볼 수 있다.

결국 노동자의 생명안전이 소중한 가치라는 대통령 뜻을 집행하려면 그에 맞춰 노동부가 행정력을 강화해야 한다. 법을 개정해 추진할 것과, 당장 실현 가능한 것을 면밀히 살펴 대책을 설계해야 한다.

 

학교부터 노동안전보건 교육 실시하라
권혁태 공인노무사(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권혁태 공인노무사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지난해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에서 몇몇 공업계 학교 실습실의 노동환경을 조사했다. 노동안전이나 노동교육의 기준에 입각해서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학교에서부터 노동안전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때 자연스럽게 현장에서의 노동안전 의식이 커질 것이다.

학교와 기업이 체결하는 표준협약서가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표준협약서에 노동시간과 휴게시간을 명시한 것은 일하는 사람의 안전을 위해서다. 과거 기아차 광주공장에서 현장실습 고교생이 사망한 것은 회사가 전공과 무관한 일을 당연한 것처럼 시키다 벌어진 일이다.

교육청별로 문제가 있을 경우 실습생·학교와 협의해 학교로 복귀하도록 하는 지침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학교 분위기와 담당 선생님에 따라 분위기는 천차만별이다. 대부분 복귀에 부정적인 시선이 많다. ‘웬만하면 참아라’, ‘졸업할 때가지만 있어라’ 하는 경우가 잦다. 학교로의 복귀가 취업률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는 현장실습생들을 노동안전을 취약하게 만드는 것과 연결된다.

현장실습에 대한 정의부터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현실을 감안해 사실상 취업임을 인정해야 한다. 그런 가정이 전제 돼야 직업 교육의 일환인 지식·기술·태도 교육과 더불어 노동안전·노동환경에 대한 교육이 병행될 수 있을 것이다. 학교서부터 안전한 노동환경을 조성을 위한 교육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산업안전보건만 강조한 대국민 메시지는 처음
김왕 고용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

김왕 고용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대국민 메시지는 세 가지 측면에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첫째, 산업재해 예방 문제에 대해 대통령께서 직접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그동안 대형재난 등이 발생한 뒤 안전 전반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담화가 발표된 적은 있었으나 산업안전보건에 대해서만 강조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새 정부의 산재예방에 대한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라고 하겠다.

둘째, 단순한 안전관리 강화 대책이 아닌 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안전도 규제로 봐 왔던 과거의 시각을 탈피해 안전은 모두의 권리이자 책임이라고 선언했다. 민주주의 제도가 권력에 대한 엄청난 규제임에도 누구도 규제라고 말하지 않는다. 현대 국가의 기본 제도로서 국민 모두의 권리와 책임이라고 인식되고 있다. 앞으로는 안전도 그와 같이 규제가 아닌 권리와 책임의 관점에서 보겠다는 것이다.

셋째, 패러다임 전환에만 그치지 않고 그 구체적인 모습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산업안전보건법은 보호 대상인 근로자를 업무적으로 지휘·감독하는 사업주만을 책임 주체로 상정하고 책임을 부과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실질적으로 위험을 유발하는 모든 사람이 안전보건 확보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칙이 확립된 것이다. 따라서 예산과 사업 기간 등 작업의 기본 조건을 결정함으로써 위험을 유발하는 발주자, 도급인 등도 상응하는 책임을 지도록 제도가 개편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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