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통령선거(5월9일)가 두 달도 남지 않았다. 정당들은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에 돌입한 상태다. 조기 대선인 만큼 경선은 다음달 초에나 마무리될 예정이다. 대선주자들은 일자리·노동공약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주요 대선주자들이 발표한 공약을 분석한다. 크게 △일자리·청년일자리 △노동시간·휴가 △임금·근로조건 △비정규직·산업안전 △노동권·노사관계·사회적대화로 나눠 5회에 걸쳐 싣는다.
분석 대상은 유의미한 여론 지지율을 보이면서 일자리·노동공약을 꾸준히 발표한 8명이다.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안희정 충남도지사·이재명 성남시장, 국민의당 예비후보인 안철수 의원·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바른정당 예비후보인 유승민 의원·남경필 경기도지사, 정의당 대선후보인 심상정 상임대표다.<편집자>

 
 

“대통령이 되면 일자리 해결을 위해 추경예산부터 편성하겠다. 국가 예산과 정책을 총동원할 것이다. 일자리가 성장이고 최고의 복지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당 주최 경선 4차 합동토론회에서 강조한 말이다.

통계청이 이달 15일 발표한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률이 5.0%로 치솟았다. 2월 기준으로 2001년 2월(5.5%)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다. 청년실업률도 12.3%로 전달(8.6%)보다 3.7%포인트나 올랐다. 박근혜 정부가 4년간 무려 52조원의 예산을 쏟아부은 결과다. 대선주자들이 무겁게 받아들이는 대목이다.

일자리 131만개 vs 230만개 vs 90만개
문재인, 일자리위원회 출범해 ‘일자리 대통령’ 선점?

일자리 공약에서 일자리 창출규모를 제시한 대선주자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131만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230만개), 이재명 성남시장(90만개)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올해 1월 소방관(1만7천개)·경찰(1만6천700개)·복지공무원(25만개)을 포함한 공공부문에서 81만개, 노동시간단축으로 50만개 등 131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청년일자리 문제가 심각한 만큼 단기간 특단의 대책으로 공공부문에서 일자리를 만들고 민간을 견인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에 대해서는 “연간 수십조원이 들어간다”는 질타가 잇따랐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지난달 6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현재 공무원이 100만명인데 5년 안에 100만명 가까운 일자리를 또 만들겠다는 것이냐”며 “문 후보는 걸핏하면 4대강 조성에 22조원을 들였다고 하는데 81만개를 22조원 들여 만들면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추가인건비·공무원연금·건강보험 등 부담금이 계속 늘어난다”고 비판했다.

문 전 대표는 13일 일자리위원회 출범식에서 “5년간 21조원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연간 17조원이 넘는 기존 일자리 예산을 개혁하고 매년 증가하는 정부예산 15조원 중 일부를 더하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그는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은 민간일자리의 마중물”이라며 “민간일자리를 늘리는 필사적인 방법은 노동시간단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전 대표는 이어 청와대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만들어 매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국가 정책·예산을 일자리와 연계하는 ‘고용영향평가제’와 ‘공공기관 일자리평가제’도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일자리 공약을 발표한 뒤 서울 노량진 고시촌 등 현장을 방문하면서 ‘일자리 대통령’ 이미지 구축에 주력했다. 일자리위는 문 전 대표 당선시 대통령 직속기관이 된다.

일자리 어디서 창출? 공공부문·미래형 일자리
문재인·이재명 “공공부문이 일자리 창출 견인”

일자리는 어디서 만들겠다는 것일까. 대선주자들은 공공부문 일자리와 새로운 산업(미래형)에 주목한다. 이재명 시장은 이달 3일 “공공부문에서 30만개·민간부문에서 60만개 등 90만개의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일자리 공약을 내놓았다.

그는 공공부문에서 △스마트 강군 모병(10만명) △소방(2만명)·경찰(1만명)·교사(4만명)·사서 및 보건교사(2만명)·노동경찰(1만명) △기타 사회적 일자리(10만명) 창출을 공약했다. 민간부문에서는 △노동시간단축·불법 장시간 노동 초과근로수당 철저 지급(50만명) △중소기업 산업기간요원 양성(10만명) △중소기업 지원을 통한 일자리 창출 △기본소득·토지배당 지급을 통한 일자리 증가를 제시했다.

정의당 대선후보인 심상정 상임대표도 여러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공공부문 일자리를 무조건 늘려야 한다”며 “근로감독관·소방관·경찰이 과로사할 지경이고 교육부문에서도 기간제를 많이 쓰는데, 공공부문에서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문 전 대표의 공공부문 81만개 일자리에 부정적 시각을 내비쳤다. 안 지사는 3일 당 경선 1차 합동토론회에서 “심각한 일자리 대안으로 공공부문 일자리만 내놓는 것은 위험하다”며 “정부 중심 일자리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공세를 취했다. 그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산업 분야에서 일자리가 늘어나도록 혁신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 지사는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정부가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스타트업이 경쟁하는 시장에서 공정한 심판자로서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안 지사는 “국민의 사회복지 요구에 비해 이를 제공할 공공일자리가 부족하다”며 “소방·안전·간병부문에서 공공인력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손학규·남경필·안철수 ‘혁신형’ 일자리 강조

4차 산업혁명 관련 미래형 일자리에 관심을 쏟는 대선주자들도 있다. 국민의당 예비후보인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14일 미래산업형 일자리 100만개·노동시간단축 50만개·협동조합 육성 50만개·사회서비스 30만개 등 23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미래산업형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연구개발(R&D) 활성화와 신산업 발굴이 관건이다. 손 전 대표는 판교테크노밸리·광교테크노밸리와 유사한 ‘규제프리무한도전특구’를 전국에 10곳 이상 지정해 미래형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특구에서는 자유로운 R&D를 위해 기존 산업상 규제를 전면적으로 해제한다. 국가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동시에 신산업 개발을 할 수 있고 중소기업·청년의 입지를 도모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소방(2만명)·경찰(2만명)·근로감독(1만명)·식품안전감독(1만명) 분야 행정공무원 확충 △보육교사 10만명 △복지-고용 통합형 사회서비스 시스템 구축인력 14만명 등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바른정당 예비후보인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혁신형 일자리 30만개를 약속했다. 그는 지난달 25일 일자리 공약을 통해 “판교테크노밸리의 4차 산업혁명 DNA를 이식한 플랫폼 도시를 전국에 10곳 조성해 양질의 일자리 30만개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또 한국판 뉴딜로 부르는 ‘기본근로’ 일자리 10만개를 만들겠다고 했다. 예컨대 고용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1~3년간 연평균 2천만원 수준의 지역재생·사회통합·재난안전·환경보전 유형의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설명이다.

국민의당 예비후보인 안철수 의원은 지난달 22일 일자리 공약을 발표하면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기회가 많은 신성장산업과 첨단수출 중소기업을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와 환경·신재생에너지, 비즈니스서비스 등 고용창출 효과가 큰 신산업을 육성하고, 국책연구소가 신소재·정밀기계 중심의 부품·소재 중소기업 창업과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겠다는 얘기다.

청년고용보장계획·청년기본소득·청년실업부조 ‘눈에 띄네’

대선주자들은 청년일자리 해법도 내놓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모든 청년을 대상으로 5년 한시적인 ‘청년고용보장계획’을 제시했다. 그는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신입사원 초임을 현행 60%에서 80%로 끌어올리겠다”며 “향후 5년간 정부가 유망·신성장산업·기술우수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에게 2년간 1천200만원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대 연간 10만명으로 5년간 50만명이 혜택을 볼 수 있다. 미취업 청년에게는 6개월간 30만원의 훈련수당을 지급한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청년수당과는 달리 전제조건이 있다. 훈련수당을 받는 청년은 정부가 소개하는 교육훈련을 이수해야 한다.

이재명 시장은 기본소득으로 청년을 지원하는 방안을 선보였다. 아동·청소년·청년·노인 등 생애주기별로 연간 각 100만원, 장애인·농어수산업 종사자 특수배당 각 100만원, 토지배당(전 국민 대상) 30만원으로 구성돼 있다. 그는 300인 이상 사업장 청년고용의무 비율을 3%에서 5%로 상향하는 방안을 약속했다.

남경필 지사는 ‘청년일자리 미스매치 해소 3업(業·Up)’을 내놓았다. 중소기업에 취업한 18~34세 청년 대상 청년통장으로 소득 업, 전국 산업단지에 청년노동자 기숙사 1만호 건립으로 일자리 업, 전국 권역별 거점마다 창업을 지원하는 스타트업 캠퍼스 조성 공약이다. 청년통장은 매월 10만원씩 적립하고 3년간 일자리를 유지하면 정부·기업이 그만큼 지원해 1천만원을 받게 하는 정책이다.

유승민 의원은 ‘청년실업부조’를 발표했다. 그는 “고용보험 피보험자가 아니라도 보호가 절실하게 필요한 근로자가 있다”며 “청년실업이 심각한 지금 청년실업부조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자리 정책 정교하지 못하다” 한목소리

대선주자들의 일자리 정책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선은 어떨까. 한마디로 "정교하지 못하고 구체성이 떨어진다"로 요약된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공공부문에서 일자리를 선도하는 것은 필요하다”면서도 “일자리 규모는 물론이고 어떤 일자리인지를 정교하게 뽑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본부장은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비교하면 우리나라 공공부문 일자리 규모는 압도적으로 꼴찌"라며 "일자리 81만개를 창출해도 OECD 평균의 절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청년일자리 정책은 "한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청년일자리 정책은 청년고용의무제와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창출 규모, 취업준비부터 교육훈련·취업연결까지 구체적인 지원정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일자리 정책은 창출·안정성·지원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패키지로 논의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공공부문 일자리의 경우 중앙행정기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교육기관 등 섹터별로 구체적이고 정교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선주자들의 일자리 정책에서 정교하고 구체적인 디자인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김 연구위원은 “대선주자들이 청년일자리 창출을 말하면서 가장 중요한 청년고용의무제에 대해서는 아무도 구체적인 프로세스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며 “공공부문 일자리 정책과 맞물려서 청년고용의무 비율을 5%로 상향하고 최소 1천인 이상 민간기업을 포함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만으로도 15만개의 청년일자리가 창출된다는 설명이다.

이 밖에 그는 “청년수당이나 청년배당·청년주거 같은 노동시장 이외의 한시적 지원정책도 같이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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