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90%의 조직되지 못한 노동자를 보호하면서 사실상 기능을 멈춘 사회적 대화를 복원할 수 있는 길은 없을까.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모델로 노동회의소가 제안됐다.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새로운 정부의 노동정책 토론회’에서 노동회의소 모델을 내놨다.<본지 2월20일자 14~15면 ‘종업원평의회·노동회의소 더불어민주당 대선공약 될까’ 기사 참조>

“노동회의소, 노조 조직률 제고 효과 높아”

이날 ‘4차 산업혁명시대의 노동정책과 사회적 대화’ 주제발표에 나선 이호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90% 미조직 노동자의 이익대변기구가 부재한 상황에서 노동회의소가 대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회의소는 오스트리아 모델로서 독일 16개 주 중 2개 주(브레멘·자를란트)와 룩셈부르크, 이탈리아 일부에서 시행 중이다.

노조와 노동회의소는 어떤 관계일까. 노조와 노동회의소는 노동자 이익대변기구라는 공통점이 있다. 노조는 사업장·지역의 노동자를 가입대상으로 하고, 노동회의소는 노조에서 제외되는 노동자까지 가입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이호근 교수는 노동회의소가 전체 노동자를 대상으로 △법률서비스 △직업교육·재교육서비스 △산업재해·고용서비스 △모성보호서비스 △소비자보호·주거·지역발전계획 수립·참여 △교육·연구활동 △중앙·지방정부에 보고서 제출 △노동법·사회보장법 제·개정 과정 참여와 입장 표명 등의 기능을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노동회의소가 있는 지역에서는 노조 조직률이 높다는 특징을 보인다. 이 교수는 “노동회의소 총회와 대의원 대표자 선출권을 실질적으로 노조가 갖고 있어 노조와 노동회의소의 관계가 긴밀하다”며 “노조 조직률 증가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동회의소와 상공회의소가 당사자 중심의 대화와 타협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중앙노사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그래프 참조> 이 교수는 “지금까지는 정부가 사실상 입법 통과를 위한 전 단계로 사회적 대화를 추진한 측면이 있다”며 “새로운 당사자 중심의 사회적 대화는 정부가 노사 간 직접적 대화를 측면 지원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노동회의소 모델' 대선공약 반영할까

관건은 노동회의소 모델이 대선공약이 될 수 있느냐다. 이날 문재인 전 대표와 당 정책위원회는 긍정적 신호를 보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토론회 축사에서 “재벌대기업 편향적인 노동정책과 정부의 일방적인 사회적 대화 운영은 지난 9·15 노사정 대타협 실패로 사형선고를 받았다”며 “새 정부에서는 이런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노사정 사회적 대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윤호중 당 정책위의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새로운 일자리와 새로운 노사관계를 위해 노동과 함께하는 사회적 대화·합의가 절실하다”며 “이번 토론회에서 논의되는 내용은 문 전 대표 정책과 당 대선정책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득 의원은 인사말에서 “우리나라 노사관계를 보면 노사는 간 곳 없고 정부가 주도적으로 이끌어 오면서 왜곡돼 버렸다”며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산업현장을 직접 체감하는 기업인과 노동자가 상시적으로 대화하면서 해답을 내놓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공간 국민성장 부소장인 조대엽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이 ‘새로운 대한민국과 노동의 미래’ 기조강연을 했고, 박준식 한림대 교수(사회학)가 ‘국민성장 국가의 노사관계 정책 방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과 이연월 공노총 위원장, 이석행·이수진 당 전국노동위원회 공동위원장,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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