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7차 촛불집회에서 촛불로 밝힌 세월호를 상징하는 ‘구명조끼’가 등장했다. 정기훈 기자

국회가 지난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박 대통령은 모든 직무가 정지됐고, 헌법재판소는 탄핵심판 절차를 개시했다. 국민은 10일 촛불집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구속과 자진사퇴”를 한목소리로 요구했다.

국회의원 78% 탄핵 찬성

국회는 9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대통령(박근혜) 탄핵소추안을 의결했다. 표결에는 재적의원 300명 중 299명이 참여했다. 찬성률은 압도적이었다. 234명이 탄핵(78.3%)에 찬성표를 던졌다. 가결 기준선인 200명을 훌쩍 넘었다. 반대는 56명에 그쳤고 기권은 2명, 무효는 7명이었다.

탄핵안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헌법 위반행위로 청와대 정책·인사문건을 최순실에게 전달·누설하고, 최순실 등 비선실세가 장·차관 임면에 관여하게 했으며, 최순실을 위해 사기업에 금품 출연을 강요한 점이 적시됐다. 세계일보 사주에게 압력을 넣어 사장을 퇴임하게 만든 점과 세월호 참사 부실대응과 ‘세월호 7시간’ 정보공개 비협조 및 은폐도 포함됐다.

탄핵안 찬성 분포를 보면 야당과 무소속 의원 172명 외에 새누리당 62명이 동참했다. 친박계에서도 상당수 이탈표가 나온 것이다. 이날 탄핵안 가결이 선언되는 순간 국회 본회의장과 국회 정문 앞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국회 안팎에 있던 세월호 유가족들은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야당과 노동·시민사회는 일제히 “국민이 승리했다”고 선언했다.

야권, 국정수습 ‘여야정 협의체’ 요구

탄핵소추의결서가 헌법재판소와 박 대통령에게 전달됨에 따라 탄핵심판 개시와 함께 박 대통령 권한이 정지됐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맡았다. 황 총리는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혼신을 노력을 다하겠다”며 “안보와 외교, 경제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탄핵안 가결에 앞장섰던 야당은 국정안정을 위한 여야정 협의체를 제안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열어 “민생현안을 점검하고 정부에 종합대책을 촉구하기 위해 국회 임시회를 소집하겠다”며 “국정공백을 신속히 보완하기 위해 ‘국회-정부 정책협의체’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김동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기자간담회에서 “총리 문제를 포함해 국정안정을 위해 국회가 여야정 협의체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야당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정책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11일 논평을 내고 “세월호 진상규명·국정교과서·위안부 합의·사드 배치·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재벌 중심 특권경제 등 국민의사와 동떨어진 정책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며 “정부와 새누리당은 응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은 대통령 자진사퇴를 원한다”

앞으로 정국은 헌법재판소 심리와 특검 수사, 조기 대선을 중심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하지만 국민 요구는 분명하다. 10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7차 촛불집회에서도 박근혜 대통령 구속과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셌다. 특검 수사가 최대 120일까지 진행되면 내년 3~4월에나 끝난다. 헌법재판소 결정이 늦게 나올 경우 특검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 리 없다. 게다가 박 대통령은 11일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조원동 전 경제수석에 대한 검찰의 최종 수사 발표에서 최순실 사건에 이어 또다시 '공범'으로 적시됐다. 박 대통령이 스스로 퇴진한 다음 자연인 신분에서 특검 수사를 받고 책임지는 것이 국민을 위한 길이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집회에서 “난국을 빨리 푸는 방법은 박 대통령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라며 “헌법재판소가 집중심리로 1월 말까지 심판을 내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도 “박 대통령은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민심에 따라 결단해야 한다”며 “헌법재판소는 즉각 탄핵 결정을 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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