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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국면에서의 나의 착오와 혼란
▲ 한석호 노동운동가

박근혜 탄핵 날, 세월호 참사 가족에게 배정된 본회의 방청권은 40장이었다. 가족은 5장을 4·16연대에 넘기고, 총 35명이 들어갔다. 나머지 가족은 국회 밖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결과를 기다렸다. 누구도 탄핵 부결은 생각하지 않았다. 가족 주변에서 시위대를 방어하는 경찰도 마찬가지였다. 부결되면 성난 군중이 국회로 쳐들어갈 게 뻔한데, 그런 방어가 전혀 아니었다. 마침내 탄핵안 가결 소식이 떴다. 기쁨의 환호성을 지르는 가족들의 두 눈에서는 하염없는 눈물이 쏟아졌다. 그렇게 가족들은 얼싸안고 웃다가 울다가 했다. 촛불이 100만명을 넘고 200만명을 넘은 것의 밑바탕에는 세월호 참사가 있었다. 그 중심에는 꿈을 펼치지 못한 채 슬픈 별이 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엄마·아빠가 있었다. 우리는 그것을 새겨야 한다. 잊지 않고 끝까지 함께하며 진실을 밝혀내겠다는 양심의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1. 지금까지 과정에서 나는 두 가지 오류를 범했다. 첫째, 탄핵까지 올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조선일보와 청와대가 적당한 선에서 타협할 것으로 예측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거기에 동조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박근혜의 권력의지는 제 무덤을 제 스스로 팔 만큼 상상을 초월했다. 조선일보가 살아남기 위해 촛불을 계속 홍보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나의 판단 착오에는 진보운동의 허약함도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진보운동이 촛불을 퇴진까지 이끌고 갈 것 같지 않았다. 국민이 촛불을 들면 얼마나 들겠나 싶기도 했다. 그런데 바로 이 점이 판단의 결정적 한계이자 잘못이었다. 국민의 힘은 진보운동을 한참이나 앞질렀다. 나의 패배적 예상은 기분 좋게 뒤통수를 맞았다.

이러한 예측 오류를 바탕으로 나는 둘째, 조급했다. 퇴진 구호만으로는 촛불의 힘을 한국 사회 개혁까지 밀고 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1987년 6월 항쟁의 악몽이 나의 뇌리에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 6·29 선언이 발표되자 그 많던 거리의 국민이 모두 들어가 버렸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세상의 꿈을 촛불에 빨리 더하자고 주장했다. 그런데 지금의 국민은 87년의 국민이 아니었다. 국민이 시간을 만들어 줬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세상의 꿈을 국민이 밀어 오고 있었다. 국민은 퇴진만 요구한 것이 아니었다. 박근혜 퇴진과 자신의 처지 개선을 동일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었다. 국민은 이미 다른 세상을 꿈꾸고 있었던 것이다. 나의 조급함도 기분 좋게 뒤통수를 맞았다.

2. 나는 내 스스로 던진 하나의 질문 앞에서 쩔쩔매고 있다. 해답을 찾기 위해 주변에 물어보고 부탁도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개운한 답을 얻지 못했다. 내 질문은 이것이다. 청와대와 조선일보가 차기 권력을 놓고 물밑에서 사생결단하고 있을 때, 도대체 무슨 이유로 재벌이 현실 권력인 박근혜의 무자비한 공격이 따를 수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조선일보 편을 들었는가 하는 것이다.

누구는 미국이 박근혜를 버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국이 사드까지 배치하는 박근혜를 버렸다고? 뼛속까지 친미주의자인 반기문을 차기 대통령으로 세우려는 박근혜 일당을 미국이 버렸다고?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누구는 지금과 같은 재벌체제로는 더 이상 안 된다고 판단한 재벌이 개혁을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박근혜 일당은 현재의 재벌체제를 고수하려는 집단이기에 내친 것이라 했다. 박근혜 체제에서 재벌의 곳간이 차고 넘치는데? 박근혜 일당 덕분에 삼성은 이재용으로의 순조로운 계승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것도 납득되지 않았다. 누구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돈을 뜯긴 것 때문이라고 했다. 재벌에게 그 정도는 푼돈인데? 역대 정부에서도 뜯기던 건데? 뜯긴 것이 아니고 총수 석방, 노동 개악, 경영권 승계, 세금 감면 등 얻은 혜택이 더 많았는데? 이것은 바로 기각했다. 누구는 박근혜 정부에 경제정책이 없어서라고 했다. 이 분석은 그럴듯했다. 박근혜 일당은 세계경제 침체에 대한 대책이 없었다. 4차 산업혁명 대비책도 없었다. 그런데 곰곰 생각하니 허점이 있었다. 박근혜 일당에게 경제정책을 밀어 넣으면 될 텐데? 아니 재벌은 박근혜 정부가 차라리 가만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이것도 아니었다. 나는 미궁에 빠졌다. 한국을 실제로 지배하는 재벌의 행위 특징을 알아야 세상 바꾸는 싸움에 힘이 되는데….

재벌이 어떤 행위를 할 경우 최우선 기준은 이윤이다. 따라서 박근혜 일당이 차기 대통령선거에서 손을 떼게 만드는 싸움에 재벌이 동참한 까닭은 분명 이윤일 텐데, 그것이 무엇일까.

내 머리는 구체적 근거 없는 추론에서 빙빙 돌고 있다. 중국과 사드다. 삼성을 비롯해서 중국에 진출한 재벌들이 큰 압박을 받지 않았을까. 사드 때문에 중국시장에서의 이윤 창출에 심대한 위협을 느끼지 않았을까. 실제 중국 정부는 한류 차단, 관광 축소, 롯데 세무조사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중국시장에서의 안정적 이윤 창출이 재벌들에게는 박근혜 체제를 통해 얻는 이윤보다 더 크고 사활이 걸린 문제 아닐까.

그렇다면 여기서 하나,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는 사드 저지 싸움에 보다 힘을 싣는다면 의외로 손쉽게 희망을 가져 볼 수 있는 것 아닐까.


노동운동가 (jshan8964@gmail.com)

한석호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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