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우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

1. 지난 9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찬성 234표, 반대 56표로 의결됐다. 노동자·농민·일반 시민 등 주권자의 오랜 기간 응어리와 분노가 분출된 결과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좌고우면하던 야당과 기회주의적인 여당은 광장과 삶의 현장에서 맞닥뜨린 민중의 분노에 기겁해 무기명의 뒤에 숨을 용기조차 낼 수 없었다. 지금의 역사는 후일 위정자가 마땅히 마음속에 새겨야 할 엄중한 교훈으로 남을 것이다.

2. 그러나 이제 겨우 박근혜의 권한행사가 정지됐을 뿐이다. 박근혜는 여전히 대통령이고, 오히려 이제 공무에서 벗어나 안온한 관저에서 탄핵심판과 특검수사 대비에 몰두할 것이다. 참으로 가관이고 복장 터질 일이다. 또한 박근혜와 함께한 수많은 권력자들은 아직 심판대에 오르지조차 않았고, 붕괴한 민주적 시스템과 파탄 난 민중의 삶은 그대로다. 그래서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3. 박근혜는 조속히 대통령 지위에서 축출돼야 한다. 끝까지 자기 안위만을 위해 자리 보전을 고집하며 전체 민중의 삶을 파탄으로 몰고 가는 자가 어찌 대통령인가. 헌재 탄핵절차와 무관하게 주권자의 명령에 따라 박근혜는 즉각 퇴진해야 한다.

헌법재판관 9명에게 탄핵심판에 대한 형식적인 권한이 있을지 몰라도 헌법의 해석과 그에 따른 결론은 종국적으로 주권자의 몫이다. 지금 주권자의 목소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헌법재판소가 분명히 새겨야 할 이유다. 이미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사건에서 대통령 탄핵에 대한 법리는 제시됐다. 범죄의 성립 유무를 따지는 형사재판과 달리 탄핵심판은 헌법과 법률 위반이 있는지, 그것이 주권자의 신임을 배신한 것인지 여부 등을 판단하면 족하기 때문에 시간을 끌 이유도 없다. 박근혜는 법치와 무관한 인치의 끝판왕이고, 주권자인 민중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탄핵사유를 더 따지고 말고 할 것이 없다.

이번 사태가 박근혜에 대한 파면이나 심지어 즉각 퇴진에 따른 뒷거래로 민·형사상 면책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강제수사를 포함한 박근혜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형사처벌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현재의 철저한 단죄가 권력자에 의한 지금과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고 미래를 선취하는 길이다.

문제는 박근혜만이 아니다. 주권자의 분노에 떠밀려 온 정치권은 정작 민중이 분노했던 근본적인 이유와 사태의 본질을 외면하고 탄핵소추 의결에 만족한 채 권력투쟁에만 혈안이 될 공산이 크다. 그래서 이제부터 중요한 것은 정치권을 견인해 민주적 시스템 구축과 민중 생존권이 보장되는 대안체제 마련을 공론화하고 이를 현실화시키기 위한 노력이다.

마지막으로 기회주의적인 과거세력과의 단절이다. 박근혜는 권력을 가진 과거세력의 얼굴마담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것이 더 본질적인 문제다. 미르·K스포츠재단이 만들어져 가던 2015년 하반기 이후 노동악법이 본격 추진되고 발의됐다. 2016년 1월 박근혜는 경제단체가 추진한 노동악법 등의 입법추진 1천만인 길거리 서명운동에 직접 동참했다. 정경유착의 상징적인 풍경이다.

사정이 이러하거늘 자본은 어디서 피해자 코스프레인가. 언론은 어떤가. 진실에 눈감고 권력을 좇던 언론들은 앞다퉈 ‘단독’과 ‘특종’을 보도한다. 심지어 짐짓 훈계까지 늘어놓는다. 조중동과 종편 등 극우 보수언론은 철저하게 청산돼야 할 대상일 뿐이다. 검찰도 마찬가지다. 박근혜의 한마디에 제대로 된 수사조차 하지 않았던 검찰은 이제야 마치 정의의 사도인 양 심판자 역할을 하려 든다. 그나마도 정작 김기춘·우병우 등은 손도 못 댔고, 뇌물죄는 용두사미로 끝났다. 그들의 권력은 언제나 가진 자들을 위해 행사됐다. 검찰이 가진 권력을 나누고 분산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검찰은 결코 바뀌지 않는다. 박근혜와 최순실에 철저히 기생했던 새누리당과 부패 공직자들은 이번 기회에 일소돼야 한다.

4. 장기간 권력을 누리고 행사한 자들이 쉽사리 권력을 놓지 않을 것이다.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 개혁의 주체로 나서거나 엄청난 몸부림으로 저항할 것이다. 결국 남은 숙제를 완성하는 것 역시 싸우는 주권자의 몫일 수밖에 없다. 어디까지 싸우느냐에 따라 어디까지 바뀌느냐가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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